[현장에서] 배구 챔프전 누구를 위해 낮 경기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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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챔피언결정전 같은 중요한 경기를 평일 1시에…. 말이 안 나온다.” “주부? 백수? 휴학생? 도대체 누가 평일 1시에 경기장을 갈 수 있지?”

배구팬들이 한국배구연맹(KOVO) 인터넷 게시판을 통해 프로배구 챔피언결정전 3차전 삼성화재-현대캐피탈의 경기시간을 성토하고 있다. 이 경기는 평일(금요일)인 10일 오후 1시10분 대전(삼성화재 홈)에서 열린다. 주 5일제가 보편화됐다지만 금요일은 예전 반공휴일인 토요일과 다르다. 팬의 대다수인 학생과 직장인의 경우 ‘편법’ 없이는 경기장 관전은커녕 중계방송 시청도 불가능하다.

챔프전 3차전이 평일 낮에 열리는 건 방송 중계 때문이다. KBS의 요청에 따라 10일 경기는 낮에 열리게 됐다. KBS는 챔프전 5차전(3, 4차전에서 끝나지 않을 경우)인 14일(화요일) 경기도 낮 시간 개최를 요청했다. 홈팀인 현대캐피탈이 거부했다. 지상파 중계는 무산됐어도 경기는 정규시즌 평일 경기시간인 오후 7시를 지키게 됐다. 일과를 마친 팬들이 경기장에서든, 방송중계를 통해서든 관전할 수 있는 시간이다.

KOVO 관계자는 “시청자의 볼 권리가 중요한 데다 구단들도 케이블보다 지상파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시즌 전 포스트시즌 경기시간을 정하지 않았을 뿐 중계 때문에 시간을 변경한 건 아니다”고 덧붙였다. 프로배구와 양대 겨울스포츠인 프로농구는 7~10일 4강 플레이오프 일부 경기가 프로야구에 밀려 중계되지 못할 처지였다. 가장 손쉬운 해결방법인 경기시간 변경은 처음부터 논외였다. 경기 시간은 팬들과의 약속이기 때문이다. 그게 프로스포츠다.

장혜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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