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건희회장 오늘 취임10돌…'미래지향' 경영 혼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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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삼성 이건희 (李健熙) 회장이 1일로 회장 취임 10주년을 맞았다.

창업주인 호암 (湖巖) 이병철 (李秉喆) 선대 회장의 타계로 87년12월1일 삼성 회장에 취임한 李회장은 취임 직후 몇년동안은 밖으로 드러내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90년대들어 李회장은 '신경영' 실천등으로 삼성의 성장과 함께 개혁작업을 이끌어오는등 분주하게 보냈다.

李회장은 취임 이듬해인 88년3월 삼성의 제2창업을 선포하고 21세기 초일류기업으로의 도약에 나섰다.

93년에는 '신경영' 을 선언하며 그룹의 구조조정과 개혁을 촉구했다.

우리 사회 전반에 변화와 개혁 바람을 몰고온 신경영 선언 당시 李회장은 '나부터의 변화' 와 '질경영' 이라는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이는 국내외적으로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켜 93년 포춘지에 '삼성의 고속성장 배경' 이 소개된 것을 시작으로 세계 주요 언론들이 신경영을 다투어 보도했으며, 96년에는 영국 브리태니커에서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기도 했다.

삼성은 또 지난10년동안 외형은 물론 기업체질 개선면에서도 상당한 성과를 거뒀다.

87년 17조4천억원이었던 매출은 작년에 72조원을 넘어섬으로써 9년동안 연평균 17.2%의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다.

이는 같은기간 7~8%에 그쳤던 우리나라 국민총생산 (GDP) 증가율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또 자본금과 자산 증가율은 매출 증가율을 앞섰다.

이 기간동안 삼성의 자본금은 연평균 21.5% 늘어나 작년에 3조6천억원을 기록했고, 자산도 연평균 23.7% 증가해 작년에 78조6천억원에 달했다.

삼성이 이처럼 성장하는 동안 "李회장은 소리나지 않게 분주했다" 고 그룹측은 말한다.

취임 10년동안 많은 활동이 있었지만 드러내지 않는 조용한 활동스타일 때문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이다.

실제 李회장은 지난 10년동안 외부인사 접견 2천6백여명, 국내외 출장 1천3백여일, 출강 41회, 보고회의 2백37회등에 참가했다고 그룹측은 밝혔다.

삼성은 최근 경제난등으로 경영여건이 어려워지자 지난달26일 조직30%.경비50% 감축및 임원급여 10% 삭감등의 경영체질 혁신방안을 내놓았다.

이를통해 경영상의 비효율을 제거해 그룹의 사업구조를 미래지향적으로 바꾸겠다는 복안이다.

한편 李회장은 최근의 어려운 경제여건을 감안해 취임 10주년 행사를 별도로 개최하지 말도록 지시해 삼성은 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李회장이 최근 저술한 경영에세이집 '생각좀 하며 세상을 보자' 의 출판기념회만 조촐하게 가질 예정이다.

유규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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