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버3' '콘에어'등 여름흥행작 비디오로 앞당겨 출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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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비디오업계의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극장에 걸렸던 영화들이 비디오로 출시돼 나오는 기간이 크게 줄고 있다.

즉 통상 6개월하던 출시유예기간 (홀드 백기간) 이 3, 4개월정도로 줄어드는 것은 예사고 심지어 한국영화들은 개봉된 지 한달도 안 돼 비디오로 선보이는 경우도 잦아지고 있다.

또 출시유예기간을 엄격히 지켜왔던 직배사들도 최근 이같은 추세에 가담하고 있다.

성수기인 12월을 맞아 여름철 흥행대작들이 예정을 앞당겨 대거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다.

출시유예기간이란 관객들을 극장으로 보다 많이 끌어들이기 위해 극장개봉 이후 일정기간은 비디오를 출시하지 못하도록 하는 업계의 관행을 말한다.

이 기간이 짧아질 경우 관객들은 비디오 출시를 기다리면서 극장에서 영화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월트디즈니의 만화영화처럼 1년으로 설정된 경우도 있으나 극영화들은 통상 6개월이 유예기간이다.

12월에 비디오 출시가 예고된 한국영화는 '넘버 3' '야생동물 보호구역' '스카이닥터' '현상수배' '억수탕' 등이다.

이 가운데 김기덕감독의 두번째 작품 '야생동물 보호구역' 과 곽경택감독의 데뷔작 '억수탕' 은 극장에 개봉한지 한두달 정도 밖에 지나지 않았고 나머지 작품들도 3, 4개월정도 경과한 수준이다.

이처럼 극장개봉과 비디오출시 사이의 기간을 크게 단축하는 것은 관객들의 작품에 대한 인지도가 떨어지기 전에 내놓으면 그만큼 판매가 늘 것이라는 업자들의 판단에 따른 것이다.

한편 직배사에서 12월에 내놓는 작품들을 보면 '잃어버린 세계 - 주라기공원2' '콘 에어' '아나콘다' '베트맨과 로빈' '맨 인 블랙' 등 올 여름 흥행성적 상위권을 기록한 초대작들이 대부분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직배사들은 본사의 지침에 따라 6개월의 유예기간을 엄격히 지켜왔으나 최근 비디오시장이 위축되면서 본사의 양해를 구해 1, 2개월씩 먼저 내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고 말했다.

'잃어버린 세계' 나 '콘 에어' '아나콘다' '맨 인 블랙등은 10만개 이상씩의 판매를 목표치로 잡고 있으나 이 흥행대작들이 맞붙을 경우 목표량을 쉽게 채우기는 여의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나온 비디오작품 가운데 10만개 내외의 판매량을 기록한 것은 '인디펜더스데이' 와 '제5원소' 정도일 뿐 예년에 비해 크게 부진한 실정이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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