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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지원협상 어떻게 돼가나…협상 길어질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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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26일 국제통화기금 (IMF) 협의단장인 휴버트 나이스 IMF 아태국장이 입국함에 따라 긴급자금 지원 협상이 본격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먼저 입국한 금융.환율팀을 비롯한 IMF측은 이미 우리 경제 전반에 걸친 상세한 자료수집에 나섰다.

재정경제원 관계자는 "당초 예상보다 더 자세한 자료를 요구하고 있다" 며 "협상이 예상외로 길어질 가능성도 있다" 고 말했다.

예컨대 자금난을 겪고 있는 종금사의 회사별 재무자료를 꼼꼼이 들춰보고 있는데 지금까지 발표된 금융기관 부실채권 규모를 별로 믿지 않는 분위기라는게 정부측 귀띔이다.

오히려 우리 금융기관의 부실채권 분류 기준이나 회계처리 방법등을 자세히 캐물었다는 것이다.

또 정부가 흠잡힐게 없다고 가장 자신하는 분야인 재정에 대해서도 IMF 협의단은 중앙정부는 물론 지방정부의 재정자료까지 요구해 들여다보고 있다.

외채 원리금의 월별 만기도래 상황이나 실제 동원 가능한 외환보유고등은 기본 조사메뉴다.

아직은 IMF 협의단이 구체적인 요구조건을 내걸지는 않고 있다.

이와 관련, 임창열 (林昌烈) 부총리겸 재경원장관은 "IMF가 성장률을 2~3%로 낮출 것을 요구했다거나 내년에 실업자가 1백만명을 넘을 것이라는 관측은 근거가 없다" 며 "경제의 기초여건이 튼튼한 만큼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요구를 하지는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 실무자들의 얘기는 조금 다르다.

국제수지 적자를 줄이기 위해 긴축과 저성장.저물가를 당연히 요구할 것이고 산업정책에도 관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요구조건의 핵심이 될 금융기관 구조조정과 관련, 부실 금융기관의 통폐합을 서둘러 추진하도록 하되 통폐합이 잘 안될 경우 과감히 도산처리토록 요구할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다행스러운 것은 IMF 협의단도 지원규모에 관한한 위기극복에 필요한 자금을 충분히 지원해야 한다는데 공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앞으로 협상과정에서 IMF의 요구조건을 어느정도까지 수용하느냐등에 따라 지원규모가 달라질 수 있겠지만 적어도 한국의 금융위기가 일본등의 위기와 맞물려 세계로 비화되는 일은 없도록 미리 진화조치를 취한다는게 IMF의 생각인 만큼 필요한 자금을 얻어내는데는 큰 어려움이 없으리란 전망이다.

고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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