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새벽 4시30분(현지시간) 체코 프라하 힐턴 호텔. 로버트 기브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이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잠들어 있는 스위트룸 문을 노크했다. 북한의 로켓 발사 소식을 전하기 위해서였다. 잠에서 깬 오바마는 즉시 동행하고 있던 안보 관련 장관·보좌관 등과 대책을 논의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장관, 제임스 존스 국가안보보좌관, 람 이매뉴얼 비서실장 등 본국에 남은 사람들과는 전화 통화를 했다.
오바마는 회의 후 “동북아와 국제 평화·안보를 위협하는 도발”로 규정하고,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소집을 요청하는 긴급 성명을 발표했다.
파이낸셜 타임스(FT)는 6일 새벽의 긴급 회동을 오바마가 맞은 첫 ‘새벽 3시의 순간(3am moment)’이었다고 보도했다. ‘새벽 3시’는 시도 때도 없이 발생하는 긴박한 국제문제에 대처해야 하는 미 대통령의 고된 외교·안보 업무를 상징한다.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오바마와 민주당 대선후보 경쟁을 벌이던 지난해 3월 ‘새벽 3시의 전화’란 광고를 TV에 내보냈다. “새벽 3시, 당신의 자녀들이 잠들었을 때 백악관의 전화벨이 울립니다. 지구촌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이 전화에 누가 답할지, 당신의 투표가 결정할 겁니다”란 내용이었다. 자신이 오바마보다 군사·안보 문제에 더 잘 대처할 수 있다는 의미였다.
그러나 CNN 등 미국 언론은 5일 오바마가 첫 ‘새벽 3시의 순간’을 맞아 훌륭한 위기관리 능력을 보여줬다고 일제히 보도했다. ABC 방송의 백악관 출입 선임기자 제이크 태퍼는 회사 블로그에 “(이날 오바마의 대처는) 국제문제에 대해 클린턴보다 더 나은 판단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 한 편의 반대 광고”였다고 썼다.
김한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