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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음이 차다? 이런, 우리 노래 못 들었군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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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몇년 전부터 시작된 일렉트로닉(Electronic) 음악의 인기는 2009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일렉트로닉 음악의 사전적 의미는 ‘전자악기와 기술을 이용해 만들어내는 음악’. 하지만 전자음이 쓰이지 않은 노래를 찾아보기 힘든 요즘, 일렉트로닉 음악의 정의는 이렇게 바뀌고 있다. "실제 악기 소리를 전자음으로 재현하는 데서 더 나아가 전자음만이 가진 매력을 활용해 만들어지는 음악”(‘캐스커’ 이준오)이다. 그래도 잘 모르겠다면, 이 두 팀의 음악을 들어보시라. 감각적이고 수준 높은 일렉트로닉을 선보이는 두 밴드 ‘더블유 앤 웨일(W & Whale)’과 ‘캐스커’를 소개한다.

#W & Whale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의 남성 멤버 세 명은 방송 무대에서 ‘더미(자동차 충돌실험용 마네킹)’를 착용한다. 보컬 웨일을 돋보이게 하기 위해서다. [플럭서스뮤직 제공]


‘더블유 앤 웨일(W & Whale)’은 지난해 ‘시 더 언신 브로드밴드(See The Unseen Broadband)’라는 광고음악을 선보이며 큰 관심을 모았던 바로 그 밴드. 이 노래의 원제는 ‘R.P. G 샤인’이었고, 이 노래가 담긴 ‘더블유 앤 웨일’의 1집 ‘하드보일드’는 제 6회 한국대중음악상에서 ‘최우수 댄스&일렉트로닉 음반상’을 수상했다. 멤버는 4명이다. 1990년대 중반 ‘우리의 밤은 당신의 낮보다 아름답다’ 등의 히트곡을 남긴 그룹 ‘코나’의 리더였던 배영준(40)이 한재원(35), 김상훈(34)과 함께 만든 팀이 ‘더블유(W).’ 여기에 공개 오디션을 통해 선발된 여성보컬 웨일(24·본명 박은경)이 2006년 합류했다. “노래 딱 한곡 들어있는 데모 CD에 ‘나를 발견해 주세요’라는 쪽지를 붙여 보냈더라구요. 처음엔 ‘얜 뭐야’했는데 노래를 들어보고 깜짝 놀라 바로 연락했죠.”(배영준).

‘더블유’는 이미 2001년과 2005년 두장의 음반으로 일렉트로닉이라는, 당시로선 낯설었던 장르를 개척한 그룹이다. 팀에 합류하기 전 포크나 블루스를 좋아했던 ‘웨일’은 멤버가 되면서 “상상 속에서만 가능할 거라 생각했던 리듬이 현실이 되는” 일렉트로닉의 매력에 깊이 빠졌다. 최근 발표된 1.5집 ‘랜덤 태스크’는 일렉트로닉 음악의 매력이 한껏 드러난 앨범. 타이틀곡 ‘하이스쿨 센세이션’은 경쾌한 리듬 위에 “맘껏 나를 믿을 뿐, 나를 버리지는 않겠어” 같은 다짐의 메세지가 얹혀진 ‘자양강장제 같은’ 노래다. DJ 클래지와 윤상에 의해 리믹스 버전으로 재탄생한 ‘더블유 앤 웨일’의 대표곡 ‘R.P. G 샤인’도 들을 수 있다.

#캐스커

‘캐스커’의 이준오(上)와 이융진은 “ 나이 차이가 꽤 나지만 신기하게도 감성적으로 잘 맞는다”며 “카메라 앞에 서면 몸이 굳어지는 것도 공통점”이라며 웃었다. [조문규 기자]


홍대 앞 ‘음악 좀 안다’는 사람들에게 “일렉트로닉 잘 하는 밴드가 누구냐”고 물으면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팀이 ‘캐스커’다. 프로듀싱과 DJ를 맡고 있는 이준오(34)와 보컬 이융진(27) 두 명으로 이뤄진 ‘캐스커’는 2003년 1집 ‘철갑혹성’부터 올해 초 4집 ‘폴리에스테르 하트’까지 이미 4장의 앨범을 발표한 관록있는 밴드다. 이들의 음악은 흔히 “따뜻한 일렉트로닉”으로 불린다. “사람들은 전자음악 하면 차갑고 날카로울 거라 생각하죠. 그런 편견을 깨고 싶었어요.”(이준오).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는 4집 수록곡 ‘빛의 시간’ ‘아무도 모른다’ 등은 몽환적인 사운드에 우울한 듯 감미로운 이융진의 보컬이 어우러진 ‘신경안정제 같은’ 노래들. “우리 감성은 매우 어쿠스틱해요. 그게 일렉트로닉이라는 상반된 장르와 만나면서 특별한 느낌을 만들어내는 것 같아요.”(이융진).

록밴드 기타리스트로 활동하다 “신기한 소리를 맘껏 만들어낼 수 있는” 일렉트로닉 음악에 빠졌다는 이준오는 그동안 탱고, 보사노바 등 다양한 장르를 일렉트로닉 사운드로 재해석하는 시도를 해 왔다. 드라마 ‘커피 프린스 1호점’ ‘뉴하트’ ‘식객’ 등의 OST와 윤상의 ‘송북(Song Book)’ 등의 작업에도 참여했다.

2월 EBS ‘스페이스 공감’에서 마련한 ‘음악의 비밀’ 시리즈에 출연해 ‘일렉트로닉 음악의 A to Z’라는 제목으로 강연을 하기도 한 이들은 “하지만 한 장르 안에 우리 음악을 가두고 싶지는 않다”고 했다. “사람들이 음악을 들을 때 ‘이건 일렉트로닉이구나’ 생각하며 듣지는 않잖아요. 그저 듣는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좋은 음악을 만들고 싶을 뿐입니다.”(이준오).

이영희 기자,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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