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정란도 사고 파는 시대…미국 불임부부에 인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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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인공수정으로도 아이를 갖지 못하는 부부가 병원에서 수정란을 '구입' 해 임신한다.

물론 부부는 수정란의 혈통이나 피부색, 본래 부모의 교육수준도 선택할 수 있다.

미국에서는 최근 이같은 '슈퍼마켓식' 수정란 매매가 성행하고 있다.

최근 뉴저지에 사는 캐시 버틀러 (47) 부인은 수정란 구입을 통해 세 쌍둥이를 임신했다.

인공수정을 시도하느라 많은 돈을 허비한 이 부인은 의사의 권고를 받고 2천7백50달러 (약 2백80만원) 의 '헐값' 에 임신했다.

'금발에 푸른 눈을 가진' 아이를 원한 버틀러 부부는 갈색 머리.갈색 눈의 이탈리아 여인의 난자에 금발의 러시아-헝가리계 남자의 정자를 수정해 임신했다.

수정란을 확보하는 방법은 크게 두가지로 우선 정자와 난자를 기증받는 경우다.

정자는 정자은행등에서 쉽게 구할 수 있으나 냉동보관이 어려운 난자는 필요할 때마다 기증자를 수소문한다.

프린스턴.스탠퍼드대 같은 명문대 주변에는 '우수한 난자' 를 구한다는 광고가 등장하고 있다.

버틀러 부인이 임신에 성공한 뉴욕의 컬럼비아 - 장로교 의학센터의 경우 연간 1백50~2백개의 난자를 기증받고 있다.

두번째 방법은 인공수정을 통해 임신한 부부들이 남긴 수정란을 이용하는 경우다.

인공수정을 위해서는 여러 개의 수정란을 만들기 때문에 임신에 성공한 후에도 살아있는 수정란이 남게 마련이다.

생명을 가진 이들 수정란은 함부로 버릴 수 없어 병원들은 많은 비용을 들여 냉동보관하고 있다.

이를 원래 부모의 동의를 얻어 임신이 안되는 부부에게 주는 것이다.

의사들은 이같은 수정란 매매를 입양으로 부르기도 한다.

문제는 이같은 수정란 매매의 법적.윤리적 판단이다.

미국에서도 수정란의 법적 지위에 대한 규정이 없어 '판단유보' 상태다.

윤석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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