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대선후보등록…후보 3인 새출사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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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대선 (12월18일) 이 2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26일 후보등록과 함께 '진짜' 선거운동이 시작되는 것이다.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기간이다.

너무도 변화무쌍한 선거판이기 때문이다.

불과 한달전 누구도 오늘의 상황을 예측하지 못했던 점을 음미할 필요가 있다.

앞으로는 그런 일이 전개되지 않으리라 장담하기 어렵다.

그래서 후보들은 모두 원점 출발을 다짐하고 있다.

각기 다른 이유에서 현재의 순위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각 후보들은 피나는 경쟁을 벌일 것이다.

그것도 '한밤의 혈투' 다.

26일부터 여론조사가 금지되기 때문이다.

후보들은 우선 현상타파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1위인 김대중 (金大中) 후보는 지지율 정체현상을 타파하려들 것이다.

2위인 이회창 (李會昌) 후보 역시 1위 탈환을 위해, 3위인 이인제 (李仁濟) 후보는 1강 (强) 2중 (中) 구도 복귀를 위해 각각 최후의 수를 던질 것이다.

모든 방법을 동원하리라는 얘기다.

[한나라당]

24일 새벽 한나라당에는 "이회창, 1위 근접추격" 을 보도한 조간신문들이 날아들었다.

몇시간 뒤 "이회창 1위탈환" 소식이 접수됐다.

25일자에 보도될 다른 두 조간신문의 여론조사 결과가 미리 알려진 것이다.

이 두 신문의 조사는 모두 李후보가 김대중 국민회의후보를 0.4% 앞섰다.

당관계자들은 李후보의 상승속도에 스스로도 놀라는 표정이었다.

그러면서 득표가능치를 계산했다.

김윤환 (金潤煥) 선대위원장은 "이번 선거의 투표율을 77% (92년81.9%) 정도로 보면 유효투표는 약 2천5백만" 이라며 "DJ가 92년때 얻었던 고정표에다 DJT효과등 +α를 얹으면 최대 1천만표 (40%) 까지 가능하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고 지적했다.

그는 "그럴 경우 이인제후보를 4백만표 (16%) 밑으로 고정시켜야 우리가 승리할 수 있다" 고 진단했다.

대부분의 다른 관계자보다 DJ의 득표력을 높게 책정한 그의 분석은 "자만하지 말자" 는 경고의 의미가 담긴 듯하다.

서상목 (徐相穆) 기획본부장은 "우리는 DJ를 35%로 묶고 이인제후보를 15%밑으로 주저앉힌다는 두 마리 토끼를 좇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두 마리다 잡으면 쉽게 이기고, 한마리만 잡으면 승패를 알 수 없으며, 두 마리 다 놓치면 진다" 고 설명했다.

한나라당은 李후보 상승세가 돌발적인 사건이나 변수에 영향을 받은 게 아니라 능력.자질등 정상적인 요소에서 추진력을 얻고 있다고 본다.

때문에 당은 주로 상대방의 약점을 노출시키는 네거티브 (부정적) 선거운동보다는 李후보의 국정운영.문제해결능력을 부각시키는 포지티브 (긍정적) 전술을 구사할 방침이다.

즉 경제위기.안보취약 상황에서 다수당 후보인 이회창후보가 조순 (趙淳) 총재와 팀을 이루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이 그러면서도 집착하는 게 'DJ의 건강' 이다.

당의 전략가들은 선거전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이 문제가 주요이슈로 떠오르고 李후보의 확고한 1위확보에 결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기대한다.

李후보는 서울대병원같은 곳에서 공개건강진단을 받은후 DJ를 압박한다는 계획인데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시간을 재는 중이다.

김진 기자

[DJT 연합]

DJT연합의 전략 포인트는 김대중후보의 안정감 부각과 국정표류에 대한 이회창후보의 '책임론 확산시키기' 다.

현상적으로 반 (反) DJ 심리의 유권자들이 이회창이라는 출구를 향해 모이고 있지만 동기가 다소 미흡하다고 보는 것이다.

무엇보다 경제가 어려워 김대중후보의 경제회생 능력을 잘 설명하면 지지율 차를 다시 벌릴 수 있다고 강조한다.

각종 홍보물에서 金후보의 경륜과 해외경험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문이다.

김경재 (金景梓) 홍보위원장은 "미국.일본.영국에 10년 살았고 각국 정부의 전현직 고관도 가장 잘 안다" 며 '국제경쟁력있는 후보' 라고 치켜세웠다.

DJT의 한 축인 박태준 (朴泰俊) 총재의 미국.일본 방문을 돕기 위해 金후보와 김종필 (金鍾泌) 명예총재도 해외 인맥 가동에 나섰다.

이회창후보가 대쪽 이미지로 '강력한 사정 (司正)' 의 느낌을 주고 있다는 판단아래 "金후보가 집권하면 화합과 포용, 경제살리기가 국정의 최대 역점사항이 될 것" 이란 점도 꼭 역설하고 있다.

한나라당의 金후보 건강 시비에 대해서는 "李후보가 먼저 건강진단서를 공개하겠다고 하더니 뭐가 찔리는지 꿩궈먹은 소식 (朴智元특보)" 이라고 일축했다.

멀쩡한 사람의 건강이나 시비하는 짓거리를 삼가라는 충고도 곁들이고 있다.

성명.논평의 주안점은 이회창후보의 여당 경력을 추궁하는데 모아진다.

"이번에 못하면 건국 55년째가 되는 2003년에야 정권교체가 가능하다" 는 설명도 빠지지 않는다.

국민회의는 24일 '절반의 책임론' 을 공식 제기했다.

국가 부도위기에 대한 책임은 金대통령과 이회창후보.한나라당 의원들이 반반씩 져야 한다는 것이다.

DJT연합은 한편으로 몇몇 악재에 대한 대응논리 개발에 나섰다.

한나라당의 영남 단결론은 '남' 취급당한 충청과 경기등 타 지역의 반발을 사 궁극적으로는 李후보의 악재가 될수 있으며, 李 - 李 연대가 성사되더라도 이인제 후보를 지지하는 비 (非) 영남권의 20~40대 유권자들이 정권교체론에 대거 동참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김현종 기자

[국민신당]

국민신당 이인제후보는 24일 이만섭 (李萬燮) 총재에게 전화를 걸어 "최근의 여론조사에서 선전 (善戰) 하지 못해 죄송하다.

李총재와 당직자.당원들이 용기를 잃을까봐 송구스럽다" 고 했다.

李후보는 그러나 "지지율이 왜 떨어졌는지 반성하고 앞으로는 결사항전의 각오로 국민에게 다가갈테니 당원들이 동요하지 않도록 해 달라" 고 당부했다.

李총재는 "기회는 얼마든지 있다.

모든 당원들이 뭉쳐 다시 시작하는 기분으로 뛰면 승리는 얼마든지 가능하다" 고 격려했다.

이날 긴급 당직자회의에 나온 당간부들도 "이제 전의 (戰意)가 불타오른다" 며 각오를 다졌다.

"오늘부터 전 당원이 넥타이를 풀고 점퍼차림으로 일하자" 는 결의도 있었다.

신당엔 이처럼 비장감이 넘친다.

그것은 새출발 다짐으로 표출되고 있다.

24일 당장 그간 미뤄뒀던 조직정비 작업을 대충 마무리했다.

다른 당 의원등 외부 중량급 인사들의 합류에 대한 기대와 미련을 털어버리고 가용인력만으로 공석중이던 77개 지구당의 위원장 또는 선대위원장 인선을 마쳤다.

고위당직자들은 "전국적인 조직망을 갖추게 된 만큼 앞으로 곳곳에서 '해보자' 는 분위기가 생길 것" 이라고 장담했다.

이인제후보는 버스안에서 먹고 자며 전국을 도는 '버스투어' 을 계속 강행, 멀어져가는 듯한 민심을 몸으로 부닥쳐 되돌린다는 구상이다.

李후보는 다른 후보처럼 대규모 필승대회를 열지않는 대신 국민속으로 직접 파고드는 자신의 전략이 현재의 우리 경제상황에 비춰 적절하고, 그 평판도 괜찮다고 자평한다.

李후보는 아직 달갑게 여기지 않고 있으나 그의 측근들과 고위당직자들은 이회창 한나라당후보를 집중 공격하는 네거티브 캠페인 전개도 강력 주문하고 있다.

신당 관계자들은 李후보가 TV토론등을 통해 이회창후보의 둘째 아들 수연 (秀淵) 씨의 신장조작 의혹등을 부각시키는등 이회창후보의 자질.자격을 철저히 문제삼으라고 거듭 건의하고 있다.

이상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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