넘치는 동물원 어찌하오리까?…서울대공원 이규학 동물부장의 하소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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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가늘고 길게 살게 할까,짧고 굵게 살게 할까.’ 서울대공원 이규학(60)동물부장이 요즘 떠안은 고민이다. 왕성한 번식력으로 수용한계를 넘어선 아시아물소·사슴 때문이다. 올해 들어선 지방의 군소 동물원조차 분양해 달라는 곳이 없어 한계선을 유지할 수 없는 상황이다.

현재 물소는 11마리중 3마리 정도가 초과고, 사슴은 2백50여 마리 중 50마리 가량이 과잉인 상태다. 이부장은 “이들이 새끼를 계속 낳고 있어 상황은 점점 심각해질 전망”이라며 “근본적인 대책을 강구해야할 시점”이라고 털어 놓는다.

그래서 떠올린 생각이 잉여 동물을 사자·호랑이의 먹이화하는 방안이다.

이부장은 “나 자신이 수의사로서 동물에 대한 애정은 누구 못지않다”는 점을 전제하고 “비좁은 우리에서 모두가 고통속에 사느니 차라리 몇몇을 도태시켜 나머지라도 쾌적하게 살게 하는 게 순리인 것 같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닭고기같이 기름기가 많은 육질을 별로 안좋아하는 맹수들에게도 근사한 특식이 될 수 있다는 것.

“하지만 시민들이 이를 어떻게 생각해줄지 모르겠다”는 게 그의 걱정. “동물원 짐승을 죽이면 되느냐?”는 항의가 쏟아질까봐서다. “시민들의 견해를 폭 넓게 듣고 싶다. 모두들 이해해준다면 내년부터 인위적 도태에 들어갈 계획이다.”

하지만 이들을 산채로 맹수우리에 넣어주는 것에 대해 그는 “동물원을 찾은 사람들에게 생존경쟁·약육강식의 세계를 보여주고 싶진 않다”는 견해를 피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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