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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영 패러다임]4.외형보다 실익을…'실속없는 사업'계속 할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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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1만원어치 상품을 팔면 이중 2천원은 금융비용을 물고 순익은 62원에 불과하다.' 국내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매출액 대비 순이익률은 0.6%. 국내 10대그룹의 평균 이익률도 0.3%에 그치고있는 실정이다.

이에 반해 세계 초일류기업들의 이익률은 두자리에 달한다.

미국의 인텔과 머크사는 매출액 대비 이익률이 각각 24%, 19%다.

왜 이렇게 국내 기업들의 수익성이 낮은 것일까. 삼성경제연구소의 이용화 (李鏞和) 수석연구원은 "국내 10대 기업들의 수익원이 저부가가치 사업에 편중되어 매출이익률이 낮고 경기변동에 따라 수익의 기복도 심하다" 고 분석했다.

외형만 큼직한 저부가가치 산업으로는 높은 이익률을 실현하는 것이 애초부터 곤란하다는 것이다.

물론 매출성장세는 국내기업들도 외국 선진기업에 못지않은 것으로 나타나고있다.

하지만 매출만 커진다고 기업활동이 성공적이라는 얘기는 아니다.

그것은 한보.기아등 대기업들의 부실행렬이 이어지고있는 최근 현상을 보면 알수있다.

부실기업들은 고수익을 바탕으로 생산성 높은 분야로의 재투자라는 기본적인 자본흐름의 원칙을 지키지 못했다.

박상용 (朴尙用) 연세대교수는 "외형중심의 경영패러다임은 세계경쟁이 치열해지고 불확실성이 증폭하는 시대에 개별기업은 물론 국가경제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수 있다" 고 지적했다.

미국 선진기업들의 경영특징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골고루 높게 실현함으로서 탄탄한 토대위에 발전을 이룩해가는데 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원흠 (李元欽) 연구위원은 "기업 가치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부가가치의 크기가 커야하고 고부가가치가 오래 지속돼야 하며 자본조달비용이 적어야 한다" 고 말했다.

때문에 인텔.머크.월트디즈니등 하이테크 또는 서비스관련 세계 초일류기업들은 고부가가치의 창출에 기업활동의 총력을 집중하고있다.

예컨대 의약품 업체인 머크는 신제품 연구개발을 통한 고부가가치 창출로 높은 이익률을 실현하는 대표적인 기업이다.

이 회사는 현재 40여개국 4만5천여명의 종업원에 지난해 1백98억 달러의 매출과 39억달러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특히 연구개발에는 매년 매출액의 7%선을 쏟아붙는다.

지난해 머크의 연구개발비는 13억달러에 달한다.

남보다 높은 고부가가치의 제품을 한걸음 앞서 내놓아 시장지배력을 확고히하는 전략인 것이다.

물론 지금같은 불황기에 국내기업들의 수익성이 떨어지는 것은 피할수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볼때 불황기의 고통스런 변신은 기업의 고부가가치화 실현을 위한 전환점이 될수도 있다.

그런 사례로 미국의 크라이슬러가 자주 인용되고있다.

80년대말 미국 GM, 일본 혼다등 경쟁업체들에게 밀린 크라이슬러는 91년 이익률이 - 5%에 곤두박질하는 등 최악의 상황을 맞았다.

하지만 아이아코카의 혁신노력이 점차 이 기업의 순익을 올려가면서 94년에는 37억 달러의 순이익을 달성할 수 있었다.

크라이슬러의 반전 (反轉)에는 아이아코카의 경영력외에 고부가가치 제품을 단시일내에 개발해내는 컨커런트 엔지니어링 (동시개발공학) 과 혁신적인 원가절감및 품질향상이 많은 기여를 했다.

박상용 교수는 "우리 기업들은 이제 '양의 경영' 에서 '질의 경영' 으로 전환하기 위해 EVA (경제적부가가치) 또는 VBM (가치중심경영) 을 서둘러 도입해야 한다" 고 주장했다.

그는 또 "질의 경영을 위해 고부가가치를 가진 유망 수종 (樹種) 을 잘 선택해야한다" 고 말했다.

LG경제연구원의 이윤호 (李允鎬) 원장은 "모든 경영의사 결정과정의 판단기준을 회계상의 매출중심에서 경제적 이익에 근거한 기업가치 중심으로 경영패러다임을 바꾸는 것이 불황극복의 한 방편" 이라고 말했다.

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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