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요동치는 한반도 안보 지형, 대비책 무엇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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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강행으로 한반도 안보 지형이 요동치고 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탄(ICBM)급의 로켓 개발에는 실패했으나 98년보다 사거리를 수백㎞ 늘렸기 때문이다. 특히 2006년 핵 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이 이렇게 미사일 능력을 향상시킨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북한의 군사력이 이른바 비대칭(非對稱) 전력을 중심으로 급속히 강화되고 있어 남북한의 군사적 균형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정부는 물론 국민들도 이런 변화가 초래하는 위협을 정확히 인식하고 대처해야 할 때다.

우선 전투기·전차·함정 등 재래식 전력 위주로 구축돼 있는 우리의 국방 태세를 하루빨리 보완해야 한다. 비대칭 전력을 재래식 군사력만으로 대응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당장 핵무기나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착수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기존의 대비책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 예로 미국의 핵우산 공약이다. 냉전시기 미국의 핵우산 공약은 충분히 신뢰할 만했다. 그러나 북한의 비대칭 전력은 냉전 이후 구축된 것이다. 이에 맞춰 미국의 핵우산 공약을 주기적으로 재확인하고 유사시 공약 이행을 확실히 보장하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

둘째는 북한이 궁극적으로 비대칭 전력을 포기하게 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지난 20년 동안 미국 주도로 진행돼 온 이런 노력은 결과적으로 실패의 연속이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실패가 대화의 중단으로 이어져선 안 된다고 본다. 더 나아가 한국의 안보 불안, 동맹국인 미국의 우려, 일본·중국 등 주변국의 우려, 나아가 북한의 안보 불안까지도 함께 상쇄할 수 있는 전략적인 방안이 강구돼야 한다. 동북아평화 전체를 아우르는 안보상의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 안보 의식도 한반도 안보 정세의 변화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분단 이후 60년 이상 크고 작은 북한의 도발을 목도해 온 우리 국민의 안보의식은 시대에 따라 극단적으로 오락가락했다. 잘못 발동된 것이지만, 북한 전투기 공습경보에 라면 사재기 등 극도의 불안감이 우리 사회를 휩쓴 적이 있었다. 그런데 지난 10년의 햇볕정책의 여파인지는 몰라도 안보 불감증이 정도 이상으로 확산된 것도 사실이라고 본다. 정부와 시민사회가 함께 우리의 안보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고 대응책에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