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구제금융 받은 인도네시아 사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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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국제기구를 통해 막대한 돈을 빌려 쓰는 일이 간단할 리 없다.

가장 최근 IMF의 지원을 받은 나라는 인도네시아다.

엄격한 부대조건을 의식,끝까지 망설이던 인도네시아는 통화위기가 계속 악화되자 지난 10월8일 IMF 지원을 공식 요청했고 IMF는 11월5일 이사회를 열어 앞으로 3년간 인도네시아에 모두 1백1억4천만달러의 스탠드바이 차관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1백1억4천만달러중 ▶30억4천만달러는 곧바로 쓸 수 있으나 ▶2차분 30억4천만달러는 올해말까지 이행키로 한 정책목표가 달성됐다고 IMF가 인정해야 98년 3월15일 이후부터 쓸 수 있다는 조건이었다.

나머지 돈도 이후 분기별로 나누어 배정하되 이 역시 단계별 정책 목표가 달성돼야 한다는 단서가 붙었다.

인도네시아에 부과된 조건이 꼭 우리와 같을 수는 없지만 가장 최근의 사례란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당시 인도네시아에 적용된 분야별 지원 조건은 다음과 같다.

◇ 금융 개혁 = IMF 지원 조건의 핵심은 부실금융의 수술이었다.

IMF는 부실 금융기관 정리를 강력히 요구했고 인도네시아 정부는 일단 16개 부실은행을 폐쇄했다.

다수 금융기관이 폐쇄되면서 예금주들의 예금은 일시적으로 동결됐고, 이는 많은 사람들의 반발을 불러왔다.

◇ 중기 (中期) 경제회생 정책 = 앞으로 2년간 성장률 둔화와 높은 인플레가 불가피하다는 전제 아래 향후 3년간의 경제회생 방안이 제시됐다.

구체적으로는 ▶재정.통화 긴축을 강력히 시행하고 ▶회생 가능성이 없는 부실 금융기관의 문을 추가로 닫는등 금융 부실을 즉각 해소하며 ▶구조 조정을 광범위하게 실시한다는등의 조건이었다.

또 IMF는 정부 정책의 투명성을 높여야 정책 평가를 제대로 할 수 있다며 지금까지 비공식적으로 이뤄지던 정부 지출을 모두 예산상에서만 처리한다는 약속도 받아냈다.

◇ 99년까지 거시경제 목표 제시 = 경상적자를 국내총생산 (GDP) 의 2% 수준까지로 줄이고, 외환보유액을 5개월치 수입액 상당까지 유지한다는 목표가 제시됐다.

이를 맞추기 위해 국영기업체들의 각종 투자 계획이 연기됐고, 세금인상및 세금감면 축소를 통한 재정수입 확대 방안이 제시됐다.

◇ 구조 조정 = 구체적 실천 방안으로 ▶무역.투자 자유화 ▶국내 독점 사업의 해체 ▶사회간접자본 투자에의 민간 참여 확대 ▶민영화 확대등이 제시됐다.

기아와 합작 추진하고 있는 국민차 생산계획도 "세계무역기구 (WTO) 의 결정에 따르겠다" 는 양보를 해야했다.

또 그동안 관세 인하 대상에서 제외해왔던 화학.철강.수산물에 대한 관세 인하 방안도 새로 제시했다.

김형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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