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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전곡항 앞바다엔 요트 ‘전설’들이 뜬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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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8호 16면

지난 2월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 열린 루이뷔통퍼시픽시리즈에서 ‘팀뉴질랜드’ 세일러들이 거친 파도를 가르며 전진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요트 레이스인 아메리카스컵을 방불케 하는 초특급 요트 경기가 한국에서 열린다. 오는 6월 3일 한국에서 개최되는 코리아매치국제요트대회에 아메리카스컵 요트팀이 대거 참가를 알려왔다. 아직 꽃망울도 틔우지 못한 한국 요트 역사에 길이 남을 대형 이벤트가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것이다.

코리아매치대회, 아메리카스컵 6개팀 참여

경기도 전곡항에서 열리는 코리아매치컵 요트대회에 아메리카스컵 팀이 6팀이나 출전한다. 코리아매치컵은 세계요트연맹(ISAF) 산하 월드매치레이싱투어(WMRT) 사무국이 주관하는 10개의 투어 중 하나다. WMRT는 F1 그랑프리처럼 전 세계 10개국을 돌며 경기를 벌이는데 한국은 세 번째 대회 장소다.

현재까지 아메리카스컵에 한 번 이상 출전한 경력이 있는 8개 팀이 대회 주최 측에 참가 의사를 밝혔다. 일단 2007년 아메리카스컵 챔피언 에드 베어드가 스위스 알링기팀을 이끌고 처음으로 한국을 찾는다. 알링기팀의 헬름즈먼(조타수) 에드 베어드는 “WMRT는 우리의 팀워크를 다지는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라며 “세계 최정상 선수들과의 경기는 우리가 (2011년) 아메리카스컵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스키퍼(선장) 브래드 버터워스 또한 “33회 아메리카스컵 도전 팀들과의 시합을 통해 우리 팀을 평가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지난 2월 루이뷔통퍼시픽시리즈 결승 다섯 번째 게임. 팀뉴질랜드가 알링기팀을 앞서고 있다.

지난해 베이징올림픽을 포함해 요트 종목에서 3개의 금메달을 따낸 벤 애슬리도 한국의 서쪽 바다에서 실력을 뽐낸다. 애슬리는 2008년 ISAF ‘올해의 선수상’을 받은 스타로 영국팀 ‘팀오리진’을 지휘한다. 그가 이끄는 팀오리진 멤버는 모두 골드클래스 급이다. 올림픽에서 2개의 금메달을 따낸 메인 펄시, 매트 콘월, 그리고 덴마크 출신의 크리스티안 캠프를 한 팀으로 껴안았기 때문이다. 애슬리는 “우리는 수준 높은 경기를 펼칠 준비가 돼 있으며, 그래서 투어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고 대회 전 소감을 밝혔다.

또한 지난해 코리아매치컵에서 1위를 했던 세바스티앵 콜이 프랑스 아메리카스컵 팀을 이끌고 참가하며, 2008년 WMRT 세계랭킹 1위인 이언 윌리엄스가 이제는 당당히 아메리카스컵 대우를 받고 있는 중국팀을 이끈다. 이 밖에도 매뉴 리처드가 이끄는 프랑스팀, 파울리 시안이 이끄는 남아공팀도 모두 아메리카스컵에 참가한 바 있다. 우리에게는 다소 생소한 이름일지 모르지만, 이들은 모두 유럽과 미국·뉴질랜드 등에서는 영웅 대접을 받고 있는 ‘요트 히어로’다.

닷새간 벌어질 코리아매치컵은 ‘작은 아메리카스컵’이 될 것이다. 세바스티앵 콜과 이언 윌리엄스는 지난해 코리아매치컵에도 참가했지만, 올해에는 에드 베어드와 벤 애슬리의 가세로 보다 치열한 전장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WMRT는 ISAF가 공인하는 최고 그레이드의 대회이긴 하지만, ‘백만장자들의 각축장’이라고 할 수 있는 아메리카스컵에 비해서는 규모나 지명도 등 모든 면에서 한 단계 아래다. 아메리카스컵에 비해 요트(36피트)도 작고, 팀원도 4분의 1 수준이다. 그러나 아메리카스컵 팀이라 해도 대회가 임박해 팀을 짜고 훈련하는 만큼 WMRT 대회를 통해 짬짬이 팀워크를 다지기 위해 한국대회를 택한 것이다. 무엇보다 코리아매치컵은 총상금이 3억원으로 WMRT 대회 중 가장 후하다. 한편 WMRT는 스포츠 전문채널 ESPN을 통해 전 세계 155개국에 중계된다. 특히 6월 6일과 7일에 열리는 준결승·결승 경기는 생중계된다.

수영 마리나, 中·日에 안 밀려
대회 프로모터인 세일뉴질랜드인터내셔널의 김동영 대표는 “일본만 해도 세계 정상급 선수가 대거 몰려온다고 하면, 벌써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을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일본의 요트 매니어 중에는 코리아매치컵에 오고 싶다는 의견을 주최 측에 전달한 이도 상당하다. 그래서 세일뉴질랜드 측은 “일본의 마리나 몇 곳과 손잡고 요트 마리나 회원들을 대상으로 투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했다. ‘요트대회를 레저관광단지로 가기 위한 견인차로 이용하겠다’는 주최 측의 애초 의도가 관철되고 있는 부분이다.

흔히 요트를 수상레저의 거점으로 부른다. 그러나 동북아 3국 중 한국은 요트 인프라 면에서 가장 뒤처져 있다. 일본은 이미 1960년대 요트 마리나가 자리 잡기 시작해 대중화를 이뤘다. 일본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하야마마리나의 경우 주말이 되면 요트·카약·윈드서핑을 배우려는 아카데미 교육생들로 넘쳐난다. 초등학생부터 주부, 백발이 성성한 할아버지까지 다양하다.

중국의 해양스포츠도 날로 발전하고 있다. 요트 불모지나 다름없었던 중국에서는 2000년대 들어 한 청년 기업가가 수천만 달러를 퍼부으며 아메리카스컵에 중국팀을 출전시켰다. 결과적으로 그는 더 큰 이익을 냈다. 이어 지난해에는 베이징올림픽을 위해 최첨단 인프라를 갖춘 칭다오 요트시티를 마련하면서 세계 요트업계를 놀라게 했다.
국내 요트 산업과 인프라·저변도 점차 확대되는 추세다. 부산 수영 마리나의 경우, 규모 면에서는 일본·중국에 크게 뒤지지 않는다. 또한 수년 전부터 국내 중소기업들이 요트 제작에 뛰어들고 있으며, 대기업들도 럭셔리 모터요트 수입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메리카스컵을 포함한 볼보오션레이스(VOR), WMRT 등 세계적인 요트대회는 스폰서 규모에 의해 결정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는 헛돈이 아니다. 2007년 아메리카스컵의 경우 발렌시아시가 주최 측에 지불한 대회 개최권료만 해도 2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그러나 발렌시아는 이 대회를 통해 도시 자체를 리모델링했으며, 그에 따른 경제 효과는 10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VOR의 메인 스폰서인 볼보 또한 한 대회를 치를 때마다 적게는 수천만 유로에서 많게는 1억 유로(마케팅 등 전체 비용 포함)를 쏟아붓고 있다. 지난 2월 기자가 만난 VOR의 미디어 디렉터 마커스 허친슨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며 “한국 지자체와 정부도 큰 대회를 유치하는 것이 경제적으로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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