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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자이너 명가' 꿈꾸는 다섯남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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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 중구씨를 제외한 네자매 우영미.경미(안경쓴 사람).현미.장희씨(위에서부터)가 포즈를 취했다. 신동연 기자

"개성 넘치는 인테리어로 문을 여는 족족 화제가 됐던 'W호텔'(미국 호텔체인회사 스타우드가 만든 별 여섯개짜리 최고급 호텔 브랜드)이 우리의 디자인을 인정했다는 게 꿈만 같아요. 한국 디자인으로도 얼마든지 세계 시장을 뚫고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습니다."

오는 8월 아시아에선 최초로 문을 여는 'W호텔' 체인인 'W서울워커힐'(서울 워커힐호텔 옆에 세워지는 새 호텔)의 화훼 장식 및 조경 프로젝트를 따낸 '알레'의 우경미(47)대표. 그는 객실에 놓일 꽃장식부터 정원을 꾸미는 일까지 식물과 관련된 치장을 모두 책임지게 된다.

"'W호텔' 측은 무조건 '새로운 것''신기한 것'을 주문하는 걸로 유명하죠. 로비에 화려한 꽃꽂이 대신 어항에 수초를 담아 놓고, 식당 천장엔 화분을 매다는 식의 기발한 시안(試案)을 만들어 호텔 관계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어요."

'알레'가 숱한 외국계 조경회사를 꺾고 이번 프로젝트를 수주한 데는 이 회사의 수석 디자이너이자 경미씨의 넷째 동생인 현미(40)씨의 공이 컸다. 대학 졸업 뒤 주부로 지내던 경미씨는 서울대 원예과를 졸업한 뒤 플로리스트로 일하던 현미씨를 끌어들여 5년 전 회사를 차렸다. 이후 자매는 국내 대형 백화점 및 호텔의 화훼 장식과 조경을 도맡으며 사업 수완을 발휘해 왔다.

사실 두 사람 외에도 우씨네 남매는 각자의 분야에서 명성을 날리고 있다. 둘째 영미(45)씨는 남성복 브랜드 '솔리드 옴므'로 프랑스 파리 패션계에 진출한 국내 정상급 디자이너이고, 막내 장희(37)씨는 같은 회사 이사다. 그런가 하면 유일한 남자 형제인 셋째 중구(42)씨는 독특한 디자인의 MP3플레이어로 유명한 '디지털웨이'의 대표다.

"솔직히 '너희끼리 다 말아먹냐'는 식의 시샘도 많이 받아요. 하지만 우리 남매는 똘똘 뭉쳐 한국 디자인으로 외국업체를 이기는 '독수리 5형제'가 되자고 늘 다짐하죠."(영미씨)

건축가인 아버지와 미술교사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남다른 '멋'을 보고 배우며 자랐다는 우씨 남매는 "세계적인 디자인 명가(名家)처럼 대를 이어가며 디자인이라는 한 우물만 파는 게 꿈"이라고 입을 모았다.

신예리 기자<shiny@joongang.co.kr>
사진=신동연 기자 <sdy1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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