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만원 주고 가입 1577·1588 홍보 전화 "주문 전화 한 통도 없어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0면

서울 봉천동에서 꽃가게를 운영하는 채모(29)씨는 지난해 3월 '1577 전국대표전화' 서비스에 가입했다. 당시 I텔레콤이란 업체에서 전국 꽃가게 대표전화인 '1577-3×××'을 쓰면 광고를 대신 해주고 전국 체인망 효과도 낼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가입비 72만원을 주고 계약했다. '꽃집'하면 '1577-3×××'이 떠오를 수 있게 한다는 것. 그러나 채씨는 서비스 가입 뒤 1년이 넘도록 이 번호로 한 통의 전화도 받지 못했다.

KT에서 운영 중인'1577' '1588' 전국대표전화 서비스에 가입한 영세 상인들의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이 서비스의 위탁판매 업자들이 무작정 가입자를 끌어 모은 뒤 홍보 등을 외면해 영세상인들이 가입비만 날리고 있는 것이다.

위탁판매업자들은 KT에서 '1577-4×××'이란 특정 번호를 산 뒤 꽃배달이나 치킨배달 등의 고유번호로 정해 이 번호를 함께 사용할 개인 사업자들을 모은다. 위탁업자들은 KT에서 10만~20만원에 대표번호를 사서 광고비 등의 명목을 얹어 60만~90만원대에 상인들에게 되파는 방식이다.

위탁업자들은 보통 20~30개의 전화번호를 한꺼번에 관리하고 있다. 이 때문에 광고는 수십개의 대표전화가 함께 실린 전단지를 돌리게 하는 것이 고작이어서 홍보 효과를 제대로 볼 수 없는 실정이다. 가입자는 사실상 돈만 버리는 셈이다.

한국소비자보호원에는 이와 관련된 민원이 2001년 10여건에서 지난해 100여건으로 급증했다. 올해도 지난달까지 50여건 접수됐다. 계약을 해지하려고 해도 위탁업체들이 차일피일 미루는 바람에 매달 2만원의 착신료만 자동으로 빠져 나간다는 신고가 대부분이다. 위탁업체 측은 "가입자가 늘면 광고 효과도 커질 것"이라는 입장이다.

◇대표전화 서비스='1588-××××' 등 특정 번호를 업체의 고유번호처럼 사용하는 방식으로 발신지 인근의 지점으로 착신되게 하는 지능망 전화 서비스다. '1588''1577' 서비스에는 현재 6000여개의 대표번호가 있으며 전국적인 지사망을 가진 회사들이 대부분 사용하고 있다. 위탁업자들이 이 중 5%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이경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