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김대중·이인제후보 외환위기 대책 점검·비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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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대통령후보들이 '금융.외환 대란' 을 극복하기 위한 국민적 호소에 나섰다.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 후보는 박태준 (朴泰俊) 자민련 '예비총재' 와 함께 19일 공식 기자회견을 갖고 '달러아끼기.달러모으기 범국민운동' 을 제안했다.

전날엔 이회창 (李會昌) 신한국당후보가 조순 (趙淳) 민주당총재와 긴급 공동회견을 통해 "선거와 여야를 떠나 위기국면을 극복하자" 고 말했다.

같은날 이인제 (李仁濟) 국민신당 후보도 '금융시장및 경제안정을 위한 3대 긴급비상대책' 을 제시했다.

'긴급' '비상' 등 이들의 용어엔 파국으로 치닫는 나라경제에 대한 진한 위기감이 배어 있었다.

3자 모두 물건너간 금융개혁입법안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다.

국회가 현재 '휴회상태' 인 만큼 언제든지 다시 열어 금융개혁법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있다. 위기진단에선 미묘한 입장차가 드러났다.

이회창 후보는 정부의 안일한 대처와 경제자신감의 상실을 주원인으로 들면서도 산업구조조정 과정의 후유증도 있음을 지적했다.

그러나 김대중 후보는 정책부재.정책실패에 의한 인재 (人災) 라고 단언했다.

"문제법안 (금융관련법) 을 강행케 하기 위해 환율방어마저 포기해 외환위기를 자초했다" 고 비난했다.

이인제 후보는 일관성없는 정부정책과 관치금융을 주범으로 꼽았다.

그래서 금융감독기구가 통합되더라도 재경원이 아닌 총리실로 소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초미의 관심사인 국제통화기금 (IMF) 구제금융 요청문제에 대해선 의견이 확연히 갈렸다.

이회창후보는 "극약처방이므로 매우 신중해야 한다" 는 입장이다.

경제주권 포기라는 인식인 듯하다.

김대중.이인제후보는 대단히 적극적이다.

金후보는 "세계무역기구 (WTO) 경제체제에선 외환의 소유자보다는 외환이 머무르는 장소가 중요하다" 는 전향적인 입장이다.

李후보도 "IMF자금지원 요청은 회원국의 당연한 권리" 라고까지 강조했다.

따라서 대처방식도 '정부.한국은행의 외화차입 창구역할 지급보증 (이회창)' 과 여기에다 '외환방어를 위한 긴밀한 국제협력체제 구축 (김대중)' '미국.일본의 중앙은행을 통한 긴급외화 자금지원 (이인제)' 등으로 다르게 나타났다.

김대중.이인제 후보는 비슷한 생각이다.

전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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