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유럽축구 지도 바뀌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포르투갈-네덜란드, 그리스-체코. 유럽 대륙을 환호와 탄식으로 들끓게 한 유럽축구선수권대회(유로 2004) 4강 대진이 확정됐다.

마지막 4강 티켓을 잡은 체코는 28일 새벽(한국시간) 포르투에서 벌어진 덴마크와의 8강전에서 2m2cm의 거한 얀 콜러의 헤딩 선제골과 '동유럽의 마라도나' 밀란 바로스의 두 골에 힘입어 3-0 대승을 거뒀다. 네 경기 연속골로 5골을 기록한 바로스는 반 니스텔루이(네덜란드), 웨인 루니(잉글랜드.이상 4골)를 제치고 득점 단독선두에 나섰다.

이번 대회는 유럽 축구에 지각 변동이 일어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대회 우승팀 프랑스와 스페인.독일.이탈리아.잉글랜드 등 전통 강호들이 일찌감치 탈락했다. 그 자리를 '유럽 축구의 변방' 그리스와 '동구의 자존심' 체코가 채웠다. 포르투갈과 네덜란드는 지난 대회에 이어 4강에 올랐다.

'유럽 4대 빅리그'를 갖고 있는 국가가 모두 탈락하고, 빅리그에 선수를 공급하는 '젖줄'역할을 하는 국가의 약진이 돋보인다.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스페인 프리메라리가.이탈리아 세리에A.독일 분데스리가의 클럽들은 막대한 자본을 앞세워 전 세계에서 가장 우수한 선수를 사들였다. 자국 유망주가 이들 틈바구니에서 제대로 경기를 뛰면서 성장하기는 힘들었다. 이로 인해 잉글랜드와 독일은 공격수, 스페인은 수비수 빈곤에 시달렸다.

유럽 축구문화를 다룬 '축구의 문화사' 저자인 이은호(수원 삼성 축구단)씨는 "빅리그의 명성과 후광이 자국 대표팀의 성장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평했다.

반면 4강 진출팀들은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있는 해외파와 자국 명문클럽에 속한 국내파의 적절한 조합으로 전력을 극대화했다.

프랑스를 8강에서 격침한 그리스의 결승골은 국내파 자고라키스(AEK 아테네)와 해외파 카리스테아스(독일 베르더 브레멘)의 합작품이었다. 체코의 투 톱 바로스(리버풀)는 잉글랜드, 콜러(도르트문트)는 독일에서 뛰고 있고, 지난해 유럽 최우수선수인 네드베드는 이탈리아 유벤투스 소속이다. 여기에 스파르타 프라하 등 자국 클럽 선수들이 든든히 뒤를 받치고 있다.

포르투갈은 2003~2004 유럽챔피언스리그 우승팀 포르투 소속 선수들과 호나우두(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루이스 피구(레알 마드리드) 등 해외파가 어우러져 탄탄한 전력을 만들었다. 대표선수 대부분이 빅리그 소속인 네덜란드도 자국 클럽인 아약스.아인트호벤 등을 통해 꾸준히 유망주를 키워내고 있다.

정영재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