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 3국의 북춤' 29일부터 국립국장서 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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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두~웅 두~웅 둥…. 침묵이 흐르던 무대가 북소리 하나로 살아 움직인다.

북이 울려야 춤꾼들은 비로소 덩실덩실 몸을 움직인다.

마치 잠자고 있던 혼이 깨어난 것처럼. 춤의 완급 (緩急) 도 북장단이 조절한다.

이처럼 북소리는 춤꾼들에게 단순한 가락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북의 울림은 춤의 시작을 알리는 목소리인 동시에 춤의 개성까지 결정짓는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국립무용단 (단장 국수호) 이 오는 29일부터 12월 2일까지 국립극장 대극장에서 펼치는 '동양 3국의 북춤' 은 이런 맥락에서 보아야 한다.

02 - 274 - 1151.단순히 한국과 중국.일본의 다양한 북춤을 한자리에서 맛볼 수 있다는 점 이외에, 이를 통해 세 나라의 서로 다른 문화적인 개성을 발견한다는 데에 이번 무대의 뜻이 있다.

이번 공연은 '황사 (黃砂) 의 길을 따라서' 라는 부제가 암시하듯 중국에서 한국.일본으로 이어지는 문화 흐름도를 북춤이라는 하나의 구체적인 예술형태로 돌아보게 된다.

예술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담고있는 북을 세 나라가 각기 어떻게 해석하고 발전시켜 왔는가를 통해 문화의 전반적인 차이점을 유추해 본다는 것이다.

몸에 북의 박자와 운율까지 싣는 즉흥적인 한국의 북춤과 달리 기예적이고 스케일이 큰 중국 북춤, 정신세계를 중시하는 무사도적인 일본 북춤을 통해 민족성의 차이까지 엿볼 수 있다.

일본은 기고시마의 야고로 다이코 북춤을 소개한다.

가면을 쓰고하는 제의 (祭儀) 적 성격이 강한 춤이다.

반면 농민들로 구성된 중국 산서성의 경주고단 북춤은 특유의 상상력이 재미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에서는 전통 북춤과 이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창작 북춤이 함께 무대에 오른다.

안채봉씨의 소고춤과 진도씻김굿 보유자 박병천씨의 걸북춤, 고성오광대 이수자인 이태영씨의 문등북춤은 예로부터 전해내려온 춤의 원형을 보여준다.

또 이미 20여년전에 첫선을 보였던 김백봉의 장고춤과 승무 외북춤을 변형시킨 이매방의 3북춤, 지난 85년 초연 이후 국수호 단장의 주요 레퍼토리가 된 '북의 대합주' 는 무대화된 북춤으로 소개된다.

이번 공연을 위해 무형문화재 제42호 악기장 (북메우기) 보유자 윤덕진씨에게 의뢰해 철저한 고증을 거쳐 모든 북을 새로 제작하거나 보수했다.

때문에 전체 공연비 3억원 가운데 북 제작비만 5천만원 이상이 들어갔다고 한다.

국단장은 "이번 무대를 기회로 북춤 전문가 한사람쯤은 만들었으면 한다" 면서 "사물놀이의 인기가 인접 예술로 이어졌던 것처럼 북춤도 무용계 활성화의 기폭제가 됐으면 한다" 고 희망을 밝혔다.

이번 북춤 무대는 3년 연작의 첫해 공연으로 마련됐으며 중국과 일본 순회공연도 추진중이다.

안혜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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