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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병철회장 10주기 '호암사상 재조명'…경영사학회 학술세미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9면

한국경영사학회는 삼성그룹 창업주인 고 (故) 호암 (湖巖) 이병철 (李秉喆) 회장 10주기를 맞아 그의 발자취를 되돌아보고 한국근대사에서 호암의 위치를 재정립하기 위한 작업의 하나로 '호암사상의 재조명' 이라는 주제의 학술세미나를 18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기준 (趙璣濬.학술원 회원) 고려대 명예교수등 6명의 학자들은 호암의 삶의철학.경영이념.한국경영사학에서의 위치.문화정신등을 다각도로 조명했다.

황명수 (黃明水) 단국대 교수 (경제학과) 는 호암에 대해 "슘페터가 말하는 개척자.창조자적 기업가" 라며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기업의 명장 (名將)" 이라고 평가했다.

또 趙명예교수는 "호암은 한국 기업을 세계 선진기업의 대열에 올려놓는데 주역을 담당했다" 며 "호암은 20세기가 낳은 기업계의 거성 (巨星)" 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이날 세미나에서의 주제발표 요약.

◇ 경제발전에의 기여 = 한국경제발전과정에서 호암의 기여는 5개의 매듭으로 나뉘어진다.

호암은 30년대 삼성상회 설립등 창업시대를 거쳐 50년대 제당.모직업을 일으켜 수입대체산업에 기여했다.

60년대에는 삼성물산을 중심으로 수출입국의 주역으로, 70년대에는 삼성중공업.삼성조선 등을 세워 수출확대와 중화학공업의 기틀을 다졌다.

80년대에는 반도체산업에 뛰어들고 초정밀 화학.유전공학 등에 마지막 정열을 쏟는등 첨단기술산업을 꽃피웠다.

호암은 자신의 기업 역정 (歷程)에 대해 '길고도 험난한 노정이었다.

이 길고 험난한 길을 마치 단거리 경주나 하는 것처럼 전력 질주해왔다는 실감이 새삼스럽다' 고 독백한 바 있다.

(金聖壽 경희대 경영학부 교수)

◇ 인재 키우기와 사회사업 = 미국 크라이슬러 자동차사의 리 아이아코카 회장은 삼성의 교육경비가 크라이슬러사의 2배나 된다고 놀랐을 정도로 호암은 막대한 교육투자를 했다.

'인재제일' 과 '인간본위' 를 평생의 신조로 실천한 호암은 "기업이 귀한 사람을 맡아서 훌륭한 인재로 키워 사회와 국가에 쓸모있게 만들지 못한다면 기업인으로서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 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때문에 삼성은 인재 육성을 최우선 과제로 인식해 공정한 인사가 되도록 끊임없이 인사관리의 선진화에 애썼다.

호암은 특히 종업원 최우선정책을 펴면서 '호암정신 (HOAMISM)' 으로 일컬어지는 독특한 경영리더쉽을 확립했다.

호암은 또 기업의 사회에 대한 궁극적 책임은 부 (富) 의 사회적 환원에 있다고 믿고 65년 "다년간 숙원이었다" 고 말했던 삼성문화재단을 창립했다.

호암의 이같은 정신은 삼성이 적극적으로 펼쳐온 사회복지.환경보호.문화및 예술.학술및 교육.해외봉사사업등 사회공헌활동의 토양이 됐다.

(金光洙 숭실대 경제학부 교수.李建憙 이화여대 경영학부 교수)

◇ 문화정신 창달 = 호암은 기업인이지만 민족문화의 부흥과 육영사업등에도 남달리 깊은 관심을 기울였다.

호암이 지닌 문화적 소양은 문화창달의 의지로 나타났고 문화재단의 설립 (65년) 을 통해 실현 하였다.

호암정신은 '사업보국.인재제일.합리추구' 라는 창업이념에 바탕을 두면서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을 인식.실천해야 한다는 사회정신, 그리고 민족문화의 창달을 표방하는 문화정신으로 구성돼 있다.

즉 경제정신.사회정신.문화정신의 삼위일체를 이루는 게 호암정신의 특징이다.

오늘날 삼성의 기업문화는 호암의 경영원칙을 바탕으로 형성됐다.

우수한 인재의 확보와 개발, 고객본위의 철저한 기업가정신등은 모든 삼성인의 공유가치로서 삼성문화의 핵심을 이루었으며 삼성그룹의 고도성장에 크게 기여했다.

또 호암의 합리주의 사상을 토대로 그룹차원에서의 통합적 경영전략, 그리고 분권화와 중앙통제가 혼합된 관리체제를 확립시켜 삼성문화의 핵심을 이루게 했다.

(高承禧 한국경영사학회 회장)

정리 = 이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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