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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액 규모놓고 논란 분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외환보유액 규모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다.

한국은행은 지난달말 3백5억1천만달러로 9월말보다 조금 늘었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외국금융기관은 믿지 못하는 분위기다.

한술 더 떠 일부 해외 언론은 1백50억달러에 불과하다고 깎아내리고 있다.

환율상승을 막으려고 연일 달러를 풀었는데도 외환보유액이 줄지 않았으니 통계를 아예 못믿겠다는 투다.

한은은 이에 대해 "외환보유액이 아닌 외화예탁금을 사용했기 때문" 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환율을 잡기 위해 동원한 달러나 은행.종금사들에 해주는 긴급 외화대출 모두 외화예탁금을 사용했다는 것이다.

외화예탁금이란 한은이 국내 금융기관에 맡겨둔 외화자산이다.

한은의 외화자산은 대외자산과 대내자산으로 나뉘는데 논란이 된 외환보유액은 이 가운데 해외에서 운용하고 있는 부분만을 말한다.

외환보유액은 민간기업 또는 금융기관이 수입결제나 외채상환을 하지 못할 경우등에 대비한 마지막 결제수단이다.

이 때문에 한은은 이를 언제든지 빼쓸 수 있도록 미국.독일.영국등 선진국의 단기예금에 넣어두거나 미국 정부채권등 유통시장에서 즉각 현금화할 수 있는 곳에 주로 운용하고 있다.

반면 한은이 국내에서 운용하는 외화예탁금은 주로 은행예치금 또는 대출금으로 운용된다.

외화예탁금은 외환보유액에 이은 이선 (二線) 준비자금이라고 할 수 있다.

한은은 그동안 외환시장 개입을 위해 외화예탁금을 곶감 빼먹듯 야금야금 써왔다.

이 때문에 외화자금사정이 빡빡해진 은행들이 종금사에 빌려준 외화를 회수하고, 종금사들은 다시 외환시장에서 달러를 구하러 나서 환율을 올리며, 결국 한은의 개입규모를 더 늘리는 악순환이 계속돼왔다.

외화예탁금의 규모는 공개되지 않았는데 상반기중 한은은 2백50억~3백억달러라고만 밝혔다.

여기에서 한은은 10월말 이후만 해도 하루 7억~8억달러 (현물환기준) 를 시장에 풀어왔다.

어림잡아 계산하더라도 한은의 '실탄' 은 슬슬 바닥을 드러내고 있는 셈이다.

한편 적정규모의 외환보유액이 얼마냐에 대해선 아직 정설 (定說) 이 없다.

다만 국제통화기금 (IMF) 이 두달반치 수입 (輸入) 액으로 잡고 있는데 이것도 가이드라인은 아니고 여러가지 계산방법중 하나로만 사용되고 있다.

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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