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후보 TV토론 내용…"치매설 주장하는 사람이 치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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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13일 김대중 (金大中) 국민회의후보에 대한 합동토론에서는 집권시 정국의 안정적 운영을 우려한 패널리스트들의 질문이 집중됐다.

내각제 개헌을 약속한데 따라 집권초부터 개헌논의로 혼란을 겪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말바꾸기' 와 양심수.건강문제등으로 쟁점이 옮겨가며 토론은 불꽃을 튀겼다.

내각제문제부터 거론됐다.

양당 의석이 개헌선에 미달해 내심으로는 개헌이 불가하다고 보는 것 아니냐는 질문이 나왔다.

金후보는 신한국당에도 내각제 동조자가 있어 개헌추진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이라고 가볍게 응수했다.

金후보는 개헌은 차치하고 집권후 총리 인준도 못받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대해 "과거 임명동의안을 가결시킨 예가 더 많다.

예외적인 일을 확대해 생각할 필요는 없다" 고 낙관론을 폈다.

직선제를 주장해오던 그가 내각제로 돌변한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이 이어졌다.

집권만을 노린게 아니냐는 추궁이었다.

그는 "그간 내각제 반대는 군사정권과 김영삼 (金泳三) 정권이 집권연장을 하려 해 반대한 것" 이라고 둘러댔다.

그는 "집권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정권교체, 즉 민주주의를 위한 것" 이라며 집권욕으로 비치지 않도록 애를 썼다.

그는 "멕시코의 세디요 대통령은 2백64억달러에 달하는 무역적자를 1년만에 15억달러 흑자로 바꿨다" 며 "당선되면 바로 미국.일본을 방문해 301조 무역분쟁과 무역역조의 시정등을 요구하겠다" 고 의욕을 보였다.

그는 처음으로 보청기를 끼는등 자신의 건강문제가 쟁점이 되자 강력한 어조로 반격에 나섰다.

金후보는 당뇨와 혈압에 대한 질문에 일정이 빽빽이 기록된 수첩을 꺼내보이며 "6개월전부터 이렇게 뛰고 있어 젊은 기자들도 따라오기 힘들 정도" 라며 "왜 건강이 문제되느냐" 는 반박으로 직접적 언급을 피해나갔다.

수첩을 꺼내는 부분은 토론전 전략팀의 조언에 따른 것. 金후보는 묻지 않은 치매설을 먼저 꺼내 "내가 치매기가 있어 신기하 (辛基夏) 의원을 여러 차례 찾았다는데 그런 일 없으며,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이 정신적으로 치매가 있는 모양" 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그는 서울대병원등 권위가 공인된 기관에서 건강진단을 받아 기록을 공개하지 않겠느냐는 질문에는 "후보등록후 주치의가 작성한 진단서를 공개하겠다" 며 "다 국가공인 의사인데 꼭 서울대에 가서 하란 법은 없다" 고 말했다.

그는 패널리스트들이 자신의 '말바꾸기' 증거를 들이대자 "아주 상당히 준비를 했네요" 라고 여유를 보이며 당시의 상황논리로 설명했다.

그는 양심수 발언 파문에 대해서는 "북한을 지지하는 사람은 양심수라 할 수 없다" 고 선을 그었다.

한 패널리스트가 "지난 7월초 사무노련과의 간담회에서는 '나는 그대로다.

정권을 잡기 위해서인데 친정에서 이해해주지 않으면 어떻게 하느냐' 고 말하지 않았느냐" 고 따지자 그는 "그런 식으로 말하지 않았다" 고 부인했다.

그는 실명제 실시 이전에 처조카에게 맡긴 돈이 비자금인지 정치자금인지 묻자 "개인 돈" 이라면서도 구체적인 언급은 하지 않는 조심성을 보였다.

金후보는 이날 패널리스트들의 집요한 질문에 진땀을 흘리면서도 어려운 대목은 때론 농담으로, 때론 피해가는 노련함을 보였다.

김현종.서승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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