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동물원 콘서트…동심의 세계 추구하는 순수한 몸짓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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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동물원' 이란 그룹에서 느껴지는 단어라면 단연 친근함과 순수함이다.

동심의 공간을 표방한 그룹명은 곧 친근함의 대명사이며 잔잔한 선율과 진솔한 대화같은 순수한 노랫말은 이 다섯명의 '아저씨' 들이 10년째 가요계에서 사랑받아온 원동력이다. 데뷔한지 10년이란 시간과 7장의 음반경력은 이들을 처음 접하는 사람들에게는 어떤 부담을 줄 수도 있다.

강산도 변하는 세월동안 고집스레 포크와 포크록만 추구해온 그룹인만큼 그들의 공연은 자칫 무겁고 권위적일 것으로 비쳐질지 모른다. 그러나 오는 16일까지 서울대학로 라이브극장에서 열리고 있는 이들의 7집 발매기념 공연은 '동물원' 을 잘 모르는 초심자들의 선입견을 금방 깨준다.

이번 공연의 압권은 이들이 곰.얼룩말.고양이.쥐등 동물차림을 하고 나온 2부다.

어린아이 같은 몸짓으로 흥겨운 포크록을 연주하는 모습은 나이를 먹을수록 어려지려고 하는 이들의 마음을 그대로 보여줘 청중과 자연스럽게 동화됐다.

자칫 유치하거나 작위적인 행동으로 비쳐질수도 있지만 그런 느낌은 들지 않는다.

이들의 노래에는 세월의 흐름에 따라 끼기 마련인 가식의 이끼를 쳐내는 의식적인 노력이 축적돼있기 때문이다.

"어렸을때 우리들이 좋아하던 우주 소년 아톰, 마루치 아라치/함께 뛰어놀던 골목길 '공좀 꺼내주세요' 라고 외치며 조마조마 했었던/고등학교 다닐 땐 라디오와 함께 살았지, 성문종합영어보다 비틀스가 더 좋았지/아니 벌써! 노래들을 들으며 우리도 언젠가는 그렇게 노래하고 싶었지…" '우리가 세상에 길들기 시작한 후부터 (4집)' 에서 보듯 이들은 일상적 소재와 시대를 상징하는 고유명사로 보편적 향수를 이끌어낸 가사를 최소화된 악기편성과, 어줍잖은 샘플링을 배제한 말끔한 편곡으로 연주한다.

생활인으로서 가수와 청중이 함께 즐기는 음악을 만들어낸다.

이런 재능은 이번 공연을 통해 발표한 신곡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문득 길거리에서 본 포스터 한장에서 잃어버렸던 동심을 발굴해 내는 신보 수록곡 '포스터' 이 그 대표격이다.

또 성서구절을 '표절' 했다고 미리 고백 (?) 한 '사랑은' 은 "사랑은 상대방의 변해가는 모습까지도 지켜보고 끌어안는 것" 임을 부드럽게 호소하고 있다.

일렉트릭 기타와 키보드.5인조 코러스까지 배경에 깔아 록적인 성격을 앞세운 무대였지만 그들의 장기인 아카펠라풍 하모니는 여전히 순수한 힘을 뿜고있어 팬들을 즐겁게 했다.

나이를 먹을수록 동심을 지키는 일은 어른스러워지는 것보다 오히려 어렵다.

그러나 '동물원' 만큼은 의식적으로 순수해지려는 노력을 잃지않음으로써 그런 역성장을 달성했다.

앞으로도 세월의 무게를 이기고 더욱 어려져가는 '아저씨 그룹' 동물원의 모습을 보고싶다.

14일 오후7시30분, 15.16일 오후4.7시. 02 - 766 - 5417.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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