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S한국경제]3.다시 태어나야 할 금융기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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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기업들이 '줄줄이 초상' 인데 금융기관들은 책임이 없는가.

책임문제를 따질 때가 아니다.

일반기업처럼 부도가 안났을뿐이지 부실 금융기관들이 사방에 널려 있다.

외국 정탐꾼들이 금융계에 좍 깔려 실태파악에 여념이 없는 실정이다.

이미 위험수위를 넘어선 금융기관들이 한 둘이 아니다.

은행이 부도면 나라가 부도나는 것이나 다름없다.

6월말 현재 일반은행의 부실채권 규모는 5조원에 육박했고 올해말에 가면 8조원을 웃돌 전망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는 이 숫자조차 안믿는다.

"외국 투자자들은 한국계 은행이 망할 수 있으며, 정부가 나서도 살리지 못하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메릴린치증권의 남종원 (南宗源) 서울지점장) 아무리 쉬쉬해도 이젠 외국 금융기관들이 먼저 알고 옐로카드를 들이민다.

"뉴욕의 전주 (錢主) 들은 한국 금융기관이 단기자금을 갚지못해 유동성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30% 이상이라고 본다" 고 이들은 전한다.

요컨대 일부 금융기관들의 부도가 불가피하다는 진단이다.

사태가 이쯤되자 해외차입이 급작스레 어려워지고 있다.

박이철 (朴二哲) 웨스트민스은행 서울지점 부지점장은 "종금사들이 부도날 수 있는 점을 감안해 이들에 대한 외화대출을 올해말까지 모두 회수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외국 금융기관 뿐만 아니다.

대우자동차는 그동안 수백억원을 종금사에 예금할때도 담당 과장이나 부장 재량으로 했으나 최근에는 훨씬 적은 금액이라도 반드시 담당 상무의 허락을 받도록 하고 있다.

못믿겠다는 것이다.

금융을 패닉 (공황) 으로 몰고 가는 전형적인 코스가 전개되고 있는 셈이다.

이처럼 신용불안이 계속되면 어떤 경제도 배겨날 수 없다.

아무리 미워도 부실 금융기관들이 그냥 죽어나가도록 방치할 수 없는 것도 그래서다.

예상되는 응급처방 내용은 뻔하다.

창피를 무릅쓰고 정부가 직접 나서서 외국돈을 끌어오는 일방, 국민부담에 의한 긴급 수혈로 부실금융기관들의 '급사 (急死)' 충격을 막아주는 것이다.

지난 잘못을 따져봐야 소용없다.

어떡하면 이참에 은행을 은행답게 다시 태어나도록 하느냐 하는 대안제시가 시급한 과제다.

배종렬 (裵鍾烈) 제일기획 대표는 "외국에 비해 우리 은행은 서비스산업으로서의 금융기관이 아니다" 며 "금융기관 본연의 상업성을 살려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지금의 금융위기를 풀어 나갈 수 없다" 고 진단한다.

금융기관의 집단부실화는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S종금사의 金모상무는 "일어나도록 하느냐 하는 대안제시가 시급한 과제다.

배종렬 (裵宗烈) 제일기획 대표는 "외국에 비해 우리 은행은 서비스산업으로서의 금융기관이 아니다" 며 "금융기관 본연의 상업성을 살려 다시 태어나지 않으면 지금의 금융위기를 풀어 나갈 수 없다" 고 진단한다.

금융기관의 집단부실화는 일시적이 아니라 구조적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는 것이다.

S종금사의 金모상무는 "일부 종금사는 정리가 불가피하다.

구조조정 기준을 제시하고 이를 충족못하면 도산시킬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그러나 문제는 금융기관들이 피나는 자구노력의 자세나 각오가 돼 있느냐는 점이다.

일반기업들에는 박절한 자구노력을 강요하면서, 정작 자기네들은 딴청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지적이다.

생산성이나 책임경영이라는 것과는 담을 쌓고 지내왔으니 말이다.

외국은행 사람들은 한국의 은행들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한다.

"세계적으로 잘 나가던 씨티은행도 본점을 매각하는 판에 한국계 은행들은 자구노력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닌가.

" "한국 사람들은 동남아와 다르다고 주장하는데, 금융기관들은 오히려 더 못한 것 같다.

" 최근 업무차 미국에 들렀던 정지태 (鄭之兌) 상업은행장은 미국 은행 관계자들로부터 이같이 말을 듣고 얼굴을 붉혔다.

이경식 (李經植) 한국은행 총재는 "부실채권의 조속한 정리가 무엇보다 시급한 과제" 임을 강조하면서 특히 기업의 방만한 자금수요를 합리적으로 억제하기 위해 금융기관의 대출심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어떻게 실천해 나갈 것인가에 대해서는 답이 없다.

한국의 금융기관들이 정말 다시 태어나려면 누구든 책임을 지고 현재의 부실더미에 대한 정리스케줄부터 밝히라는 것이 외국뱅커들의 한결같은 요구다.

그렇지 않고 어물어물하다가는 정말 제2의 태국사태짝이 날 수 있다는 것이 이들의 경고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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