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석주 월드컵예선전 '개근'…무교체 출장 1골 3도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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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그는 왼발을 아주 잘 쓴다.

잘 쓰는 정도를 지나 달인의 경지에 올라있다.

"왼발로 먹고산다" 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성싶다.

그래서 왼발의 달인이라고 했던가 - . 그의 킥은 불가리아의 골게터 스토이코비치와 흡사하다.

원래 왼발잡이인 그는 94미국월드컵에서 활약한 스토이코비치의 비디오를 자주 보며 왼발킥 흉내를 냈다.

그결과 그는 축구 국가대표팀 부동의 왼쪽 사이드어태커로 확고히 자리잡게 됐다.

등번호 17번 하석주 (29.대우) .나이 서른을 앞두고 있지만 이번 아시아 최종예선에서 1골.3어시스트로 98프랑스월드컵 본선진출의 밀알이 됐다.

대표선수 가운데 최종예선 전경기 (8경기)에 무교체로 출장한 유일한 선수 하석주. 그는 왼발의 진가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지난 9월6일 카자흐스탄과의 개막전. 후반 정확한 왼발 센터링과 프리킥으로 이날 해트트릭을 세운 최용수 (상무) 의 연속골을 이끌어냈다.

조연의 위력을 발휘하던 그가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 (UAE) 전에서는 직접 왼발로 선취골을 뽑는 묘기를 선보였다.

당시 그가 드리블로 문전으로 치고들어가는 순간 최용수가 앞에서 스크린으로 공간을 확보해줬다.

이때 그의 왼발을 떠난 볼은 약간 휘는듯 하면서 정확하고 빠르게 골대 안으로 빨려들어갔다.

지난 9일 아부다비에서 벌어진 UAE전. 최영일 (대우) 대신 주장 완장을 찬 그는 왼쪽 사이드로 치고들어가며 낮게 왼발 센터링, 김도훈 (전북) 의 두번째 골을 엮어내는 원동력이 됐다.

그는 원래 왼쪽 공격형 MF였다.

그러나 스스로 수비형 MF를 원했다.

마크맨이 따라붙기 때문에 힘이 많이 든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런 그도 지난 1월 호주 첫 원정경기때 대표팀을 그만둘 생각을 했었다.

한밤중 차감독의 방을 찾아간 그는 "힘이 많이 들어 그만두고 싶다" 며 속내를 꺼냈다.

그러자 차감독은 "해보지도 않고 그러느냐. 팀전술상 꼭 필요하다" 며 설득했다.

그후 혼을 불사른다는 각오로 이를 악물고 뛰어 동료 후배들의 모범이 됐다.

이제 대표팀에서 없어선 안될 든든한 기둥으로 우뚝 섰다.

1m74㎝.71㎏. 광운공고 - 아주대를 나와 지난 91년 첫 태극마크를 단 그는 94미국월드컵에 이어 내년 프랑스가 자신의 두번째 무대. 진정한 '왼발의 명수' 로서 다시한번 화려한 비상을 준비하고 있다.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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