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선거가 한달여 앞으로 다가왔다.
우려했던대로 상호 비방과 자금 시비등 혼탁한 양상이 가시지 않고 있다.
선진화된 정치는 건전한 정책대결, 투명한 선거자금 관리및 엄정한 선거관리등으로 요약된다.
바람직한 대선 풍토 조성을 위해 정치 선진국들의 타산지석 (他山之石) 이 될만한 제도 운용및 관행들을 다섯회에 걸쳐 나눠 소개한다.
요즘 선거는 '여론조사의 향연'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민심의 흐름을 꿰뚫어 선거의 향방을 가늠하는 동시에 투표행태를 바람직한 방향으로 이끌어보자는 사회적 여망이 반영된 탓이다.
실제로 미 대통령선거의 경우 여론조사가 차지하는 비중은 날로 늘어나는 추세다.
지난 92년 선거때 1백25회에 불과했던 여론조사는 지난해 대통령선거에선 3백회 가까이로 증가했다.
여론조사의 활용범위가 한층 넓어진 까닭이다.
최근 여론조사는 당락 가능성의 추이뿐 아니라 상대후보의 약점과 강점을 파악하고 유권자들의 마음을 읽어내 선거전략을 수립하는 일에 더 많이 쓰인다.
클린턴 대통령의 핵심 선거참모 딕 모리스가 여론조사가였다는 사실은 최근 여론조사가 미 대통령선거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단적으로 말해준다.
미 선거에서 여론조사가 광범위하게 쓰이거나 그 비중이 높아지는 이유는 정당제도의 약화에서 찾을 수 있다.
유권자들에 대한 정당의 이념적 장악력이 약화되면서 선거는 마치 포장만 달리한 똑같은 상품을 파는 일처럼 돼버린 것이다.
따라서 정책대결보다 후보의 개인적인 이미지를 어떻게 포장하느냐에 따라 선거결과가 갈리게 됐다.
이로 인해 정치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여론조사가 선거과정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이다.
정치학자들은 다소의 문제점과 역기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론조사가 선거과정에서 중대한, 또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가장 먼저 꼽히는 것이 선거에서의 '투명성' 보장이다.
공화.민주 양당 구도가 확립된 미국의 경우 여론조사 없이는 무소속 후보가 언론에 의해 푸대접받을 위험이 있다.
예컨대 지난 92, 96년 대선에 출마했던 로스 페로 후보는 여론조사 결과 최고 19%라는 만만치 않은 지지도를 확보한 것으로 나타나 언론으로부터 무시당하지 않을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여론조사는 보다 정확한 민심이 반영되도록 유권자의 투표행위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즉 유권자들은 조사 결과 지지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면 자신의 정치적 신념에 보다 근접한 다른 후보를 선택하게 돼 선거 결과가 보다 정확한 민심에 의해 결정된다는 이야기다.
이같은 이유로 다른 선진국들도 여론조사를 십분 활용하고 있다.
언론이 여론조사를 주도하는 영국의 경우 더 타임스.가디언지등 유력지들이 수시로 조사를 실시, 그 결과를 신문에 보도한다.
선거 오래전부터 조사에 들어가고 투표일이 임박해선 거의 1주일 간격으로 정당별 지지율에 대한 여론조사를 실시한다. 프랑스는 1차투표 1주일전까지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할 수 있도록 돼있으나 최근 1, 2차 투표 실시 전날까지 이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중이다.
출구조사도 허용되며 이 결과는 최종 개표 결과에 거의 근접할 정도로 정확성이 높다. 독일에서는 평소에도 정당이나 정치인들에 대한 지지도를 정기적으로 조사.발표한다.
알렌스바흐.엠니트연구소등 공신력을 널리 인정받고 있는 조사기관에 위탁, 여론조사가 이뤄지고 있으며 정확도는 자타가 공인할 정도다.
물론 이들 선진국 언론은 여론조사 결과를 보도할 때 표본의 산출에서 질문 방법과 결과에 대한 분석까지 공개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유권자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합리적이고 비판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려는 배려다.
미국의 경우 여론조사협회가 엄격한 여론조사 규범을 마련해 조사표본 특성, 조사방법, 표본크기, 설문지 내용, 인터뷰 실시시간등을 각종 발표에 명시토록 해 여론조사가 진실을 잘못 전하거나 왜곡시키는 것을 방지토록 하고 있다.
워싱턴 = 이재학 특파원.남정호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