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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자연 문건’ 인사들 강요 혐의 적용 검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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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탤런트 장자연(29)씨 자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도 분당경찰서는 지난달 30일 오후 서울 청담동 장씨 소속사 사무실을 압수수색했다고 31일 밝혔다. 지난달 16일에 이어 두 번째다. 이명균 경기경찰청 강력계장은 “김씨의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알아보기 위해 회계 관련 서류 등 2박스 분량을 압수했다”며 “술접대가 있었던 업소의 매출 전표와 비교해보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경찰은 이 작업이 끝나는 대로 해당 인사들에 대한 소환조사에 들어갈 방침이다.

◆적용 법조항 검토 들어가=장씨 유족은 지난달 13일 소속사 전 대표 김씨 등 4명을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하지만 문건에 거론된 인사들에게 성매매특별법 위반 혐의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는 게 경찰의 입장이다.

경찰은 현재 성상납에 관한 정황만 파악했을 뿐 구체적인 증거는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소속사 전 대표 김씨는 일본에 머물고 있고 장씨는 이미 숨진 상태다. 또 압수수색 등을 통해 확보한 증거는 김씨와 장씨, 해당 인사들이 같은 시간, 같은 장소에 함께 있었다는 것 이상을 설명해주지 못한다.

장씨가 작성한 이른바 ‘장자연 문건’에도 “잠자리를 강요당한 적 있다”는 표현이 나올 뿐 구체적인 언급이 없다. 이와 관련해 경찰은 동료 배우 등 참고인을 통해 술접대나 잠자리 강요가 있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경찰은 해당 인사들에게 형법상 강요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지 검토 중이다. 술접대나 성상납이 장씨가 원치 않는 상황에서 김씨의 강요로 이뤄졌다는 것을 밝혀내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또 동석한 인사들이 김씨의 강요를 묵인하거나 요구했을 경우 강요 교사 또는 강요 방조 혐의를 적용할 수 있을 것으로 경찰은 보고 있다.

◆법조계에서도 의견 갈려=법조계에서는 해당 인사들의 사법 처리 가능성을 놓고 엇갈린 의견이 나오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보통 강요죄는 차용증이나 각서를 강제로 쓰게 하는 등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하게 했을 때 적용한다”며 “술자리 참석을 재산상의 불이익을 당하는 것으로 볼 수 있을지 애매하다”고 말했다. 반면 손계룡 변호사는 “원치 않는 술자리에 나갔다면 강요죄로 볼 수 있다”며 “문제는 ‘어쩔 수 없이 접대에 동원됐다’는 주변 인물들의 진술을 확보할 수 있느냐에 있다”고 했다.

그러나 성매매 혐의 적용에 대해선 대부분 회의적이다. 대가성이 있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 전에 우선 ‘성행위가 있었다’는 증거가 확보돼야 하기 때문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간통 같은 경우 둘 다 옷을 벗고 있었다고 해도 본인들이 부인하면 처벌이 쉽지 않다”며 “정황만으로 성행위 자체를 입증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장주영·이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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