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 유채꽃 물결에 바이오연료가 ‘출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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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전북 부안군 계화면 일대 200여㏊의 논에는 요즘 노란 유채꽃이 피기 시작했다. 따뜻한 겨울 덕분에 지난해보다 조금 이른 편이다. 부안군 전체에는 500㏊의 농경지에 유채가 자라고 있다. 유채꽃은 아름다움을 선사하면서 한편으로는 친환경 연료인 바이오 디젤을 생산한다.

유채꽃 종자에서 바이오디젤을 생산하기 위한 시범사업이 농림수산식품부의 지원으로 2년째 진행되고 있다.

유채꽃을 심은 농가에는 ㏊당 250만원이 지원된다. 청보리를 심어서 얻는 소득보다 조금 더 책정했다.

부안군청 친환경농업과 윤봉진씨는 “첫해인 2007년 파종했을 때는 기술이 부족해 수확량이 많지 않았으나 지난해 가을 파종한 것은 지금 잘 자라고 있다”며 “6월에 종자를 수확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종자는 농협에서 전량 수매해 바이오에너지 생산업체인 M에너지로 보낸다. M에너지에서는 폐식용유·콩기름 등 다른 원료와 함께 바이오디젤을 생산해 국내 정유업체에 공급한다. 정유업체는 이 바이오디젤을 경유와 섞어 시판한다. 지금은 경유에다 일정 비율의 바이오디젤을 의무적으로 넣도록 돼 있다. 올해는 1.5%를 넣고 내년에는 2%로 올라간다.

농식품부의 시범사업은 부안군 외에도 제주 특별자치도와 전남 보성군·장흥군에서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 파종해 현재 유채가 자라고 있는 농경지는 모두 1350㏊(여의도의 1.6배)다. 부안 500㏊, 제주 500㏊, 보성 250㏊, 장흥 100㏊ 등이다.

2007년 가을에는 이들 시범지역에서 유채종자 725t을 수확했다. ㏊당 0.5t 수준이다. 여기서 200여의 유채 기름을 생산했다. 지난해 전체 경유 소비량 2000여 만와 전체 바이오디젤 소비량 19만5000에 비하면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는다.

농식품부 농생명산업팀 이우철 사무관은 “지난해는 날씨가 고르지 않아 생산량도 적었고, 품질이 떨어져 기름 생산이 예상보다 적었다”고 말했다. 외국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게 사실이다. 2005년 기준으로 전 세계 유채 재배 면적은 4600만㏊다. 중국·유럽만 각각 1500만㏊ 수준이다. ㏊당 유채 종자 생산량도 2t이 넘는다.

농촌진흥청 바이오에너지작물센터는 유채 재배 면적을 재배 가능 지역의 농경지 중 58%, 31만9000㏊에 유채를 심는다면 연간 51만의 유채 바이오디젤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농식품부는 내년 시범사업이 끝나면 최종적으로 경제성을 평가해 사업 확대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충남대 임용표(식물자원학부) 교수는 “유채 바이오디젤은 겨울철 노는 논밭을 활용한다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며 “남부지방은 벼와 이모작할 수 있고 추위에 견디는 품종이 개발되면 중부지방에서도 여름 채소와 이모작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사람·가축이 직접 먹는 콩이나 옥수수를 바이오에너지로 활용할 경우에는 국제 식량 가격을 올려 가난한 나라 사람들을 위협한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지만 유채는 다르다는 것이다.

강찬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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