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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일씨 사건 파문] 김선일씨 동료 "15~16일께 납치조직 첫 접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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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고 김선일씨의 시신 도착 이틀째인 27일 유가족들은 다소 안정을 찾은 듯한 모습이었다. 오전에는 빈소에서 온누리교회 나봉균 목사가 주관한 위로 예배에 참석했으며, 낮부터 담담한 표정으로 조문객을 맞았다. 이에 앞서 김씨의 시신은 26일 오후 5시25분 대한항공편으로 인천국제공항에 도착했다. 이어 군 수송기 편으로 김해공항에 내린 뒤 운구차량에 옮겨져 오후 8시35분쯤 빈소가 마련된 부산의료원에 도착했다.

○…유족들은 김선일씨의 장례를 가족 중심의 기독교식으로 치르기로 하고 27일 정부 관계자와 장례 일정 및 보상문제 등에 대해 협의했다. 유족 대표들은 "처참하게 숨진 고인의 영혼을 달래기 위해서도 이라크에서 피살된 오무전기 직원보다 최소한 2~3배의 보상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고 정부 관계자가 전했다. 또 시립묘지인 부산 영락공원에 묘지를 마련해 줄 것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정부 관계자는 "최대한의 보상과 예우를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정부는 가나무역 김천호 사장의 귀국이 지연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정부가 먼저 위로금 성격의 보상금을 준 뒤 가나무역에 구상권을 청구할 방침이다.

○…김씨 유해와 함께 부산에 도착한 가나무역 직원 정영하(28)씨는 이날 "회사 측이 김선일씨의 피랍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실종 열흘 뒤쯤이었다"고 말했다. 정씨에 따르면 가나무역은 김씨의 납치 사실을 모르고 있다가 6월 3일부터 김씨를 찾아 나섰다는 것이다. 이어 6월 10일 납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변호사를 통해 소재파악에 나섰다고 정씨는 말했다. 그는 "평소 거래관계에 있던 미국 원청 회사에 납치 가능성을 알리고 협조를 요청했으나 회사가 미군 당국에 이 같은 사실을 전했는지는 알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또 "회사 측이 15~16일 변호사를 통해 무장단체와 연락이 닿아 납치 사실을 최종 확인, 협상에 나섰으며 대사관 등 당국에 납치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선일씨가 지난해 2월 25일 기독교 대중음악(CCM) 가수인 이래진이(37.여)씨의 팬클럽 인터넷 카페(http://cafe.godpeople.com/yiraejinyi/)의 자기소개서에 장래희망을 '중동선교사'라고 적었던 것으로 27일 확인됐다. 김씨는 "한국외대에서 아랍어를 전공한 것도 이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통역대학원에 진학하려는 이유도 이들 중동국가 국민의 대다수가 문맹이기 때문에 언어를 통해 그들에게 복음으로 다가가기 위함"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친구들과 성경을 토론하고 기도하는 것을 제일 좋아하는 일이라고 소개하고 "예수님을 위해 죽을 수 있을 정도의 믿음을 소유하는 게 소원"이라고 밝혔다. '가장 여행하고 싶은 나라'로 중동 22개국을 꼽았다.

그는 이어 이라크로 떠나기 직전인 지난해 5월 21일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6월 초 중동선교회를 통해 이라크에 선교사로 가게 됐다"면서 "형식은 취업비자지만 선교가 주목적"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지난해 12월 4일 이라크 현지에서 올린 글에서는 "오늘은 전기공사하러 왔다가 사망한 한국 직원을 조문하고 오는 길"이라며 "내가 사망하거나 사지에 아무런 이상이 생기지 않도록 기도를 부탁드린다"고 불안한 심정을 토로했다.

이와 함께 자신의 성격을 "머스마(남자의 경상도 사투리)치고는 약간 말이 없고 부끄러움을 많이 타는 편"이라고 자평했다.

부산=허상천.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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