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급등 여파…값싸고 세차해 주는곳 찾아 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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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경기도 안산시에 사는 건설업체사장 윤주한 (尹周漢.39) 씨는 이달 들어 주유소를 헤매고 다니는 경우가 많다.

기름값이 올라 주유소마다 그날그날의 기름값이 들쭉날쭉하기 때문이다.

지금 기름값은 수도권에서 ℓ당 8백5~8백42원까지 주유소별로 천차만별이다.

되도록이면 싼 주유소를 찾아다니는 운전자들이 점차 늘고있는 것이다.

尹씨는 이달 들어 자신의 승용차인 다이너스티에 기름을 가득 넣을 경우 최고 1만원까지 차이가 난다고 한다.

그는 사무실이 일산신도시에 있어 출퇴근 거리가 멀고 사업상 경기도일대를 돌아다니는 경우가 많아 2~3일에 한 번 꼴로 기름을 채운다.

어림짐작으로 계산해보니 한달에 10만원 남짓의 추가부담이 생겼다.

尹씨는 "종전에는 기름값에 크게 신경쓰지 않고 출퇴근길 주변의 눈에 먼저 띄는 주유소에서 기름을 채우곤 했으나 이달 들어서는 되도록이면 값도 싸고 세차까지 무료로 해주는 주유소를 찾아다닌다" 고 말한다.

이달 1일부터 휘발유가격이 ℓ당 평균 18원정도 오르는등 올들어 기름값이 계속 오르자 자가운전자들의 부담도 적지않게 늘어난 것이다.

평균 인상액이 18원이지만 다른 주유소에 비해 상대적으로 싸게 받던 일부 주유소는 최고 40원 가까이 올린 곳도 있다.

기름값이 오른 이유는 국제원유가 상승 때문이다.

게다가 최근 환율폭등 (원화가치하락) 으로 인한 정유업계의 환차손 (換差損) 이 내달에는 유가에 반영될 것으로 보여 ℓ당 9백원선으로 뛸 것이란게 정부의 예상이다.

때문에 출퇴근때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다.

일부 회사에서는 직원들에 대한 기름값 보조금액을 올리는 곳도 있다.

서울광화문 세종로주차장에 지난달까지 한달 정기주차권을 끊어 주차하던 1천5백여명중 이번 달에 주차장을 이용하지 않는 사람은 30명선. 이들이 차를 두고 다니는 이유는 기름값인상이 주이유다.

이 주차장의 박선영 (朴先映.여) 씨는 "이번 달에 오지 않는 손님들을 대상으로 다시 이용해 달라고 권유하다보면 '기름값이 올라 차를 끌고 다니지 않는다' 고 답하는 사람이 상당수" 라고 말했다.

朴씨는 "손님들의 직업이 주로 광화문 주변의 직장인들이며 기름값 인상이 이들에게 부담되는 것같다" 고 말했다.

서울 응암동 대성주유소 황승현 (黃勝鉉.27) 씨는 "기름값이 올라 하루 매출액은 큰 변화가 없지만 주유소를 찾는 차량은 약 5% 정도 줄었다" 면서 "내달에 기름값이 더 오른다고 하는데 이렇게 되면 손님이 더 줄어들 것" 이라고 걱정했다.

한화에너지 관계자는 "기름값이 오르기 전날인 지난달 31일 전국의 거의 모든 주유소에 오르기 전의 가격으로 기름을 채우려는 자가운전자들이 밤늦게까지 몰려 북새통을 이뤘다" 면서 "다음달에는 더 큰 폭으로 기름값이 오를 것으로 보여 오는 30일에도 이같은 사태가 반복될지 모른다" 고 말했다.

신성식·김창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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