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을 확정한 뒤 우즈(左)가 캐디를 향해 환호하고 있다. [올랜도 AP=연합뉴스]
팬들은 우즈를 믿었다.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이 NBA 챔피언 결정전 등 중요한 경기에서 종료 직전 승부를 결정짓는 슛의 성공률이 매우 높듯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도 이런 클러치 퍼트(승패를 결정짓는 중요한 퍼트)를 반드시 넣는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이다. 우즈는 다리를 절뚝거리며 출전한 지난해 US오픈 4라운드와 연장전의 18번 홀에서 승패가 걸린 퍼트를 거푸 우겨 넣는 등 클러치 샷에 강하다. 힘들수록 더 강해지는 것이 수퍼 스타의 특징이다.
함께 경기한 잭 존슨(미국)은 “못 넣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우즈가 꼭 필요할 때 퍼트를 실패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 전혀 놀라지 않았고, 경이로울 뿐”이라고 말했다. 대회를 주최한 아널드 파머는 “이건 습관이다. 우즈는 항상 이렇게 한다”고 말했다.
14번 홀이 분수령이었다. 205야드 파3인 이 홀에서 우즈의 티샷이 벙커에 빠졌고, 1타 앞서던 오헤어는 5m 버디 찬스를 잡았다. 우즈의 벙커샷은 핀에서 4m나 도망갔다. 화가 난 우즈는 샌드웨지를 벙커에 집어 던졌다. 그러나 퍼터를 잡은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됐다. 침착하게 4m가 넘는 퍼트를 넣어버렸다. 오헤어는 버디 퍼트에 실패했다. 우즈는 “오늘 가장 중요한 퍼트였다. 넣지 못하면 끝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꼭 필요하기 때문에 우즈는 성공한 것이다.
성호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