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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사대상 10여 명인데 ‘42명 사진첩’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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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지난 주말 경찰은 서울 강남 일대 룸살롱을 돌아다니며 탐문 수사를 펼쳤다. 장자연씨가 유력인사를 상대로 술 접대를 한 것으로 알려진 업소들이 그 대상이었다. 경찰은 업소에 들러 직원들에게 42명의 사진이 실린 사진첩을 보여주며 ‘이 사람들이 장자연과 함께 온 것을 봤느냐’고 물었다.

사진첩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누구일까. 경찰은 이들 모두가 수사대상인 것은 아니라고 밝혔다. 경기경찰청 이명균 강력계장은 “장씨 오빠가 성매매특별법 위반으로 고소한 4명, 문건 등장인물 등 수사선상에 오른 10여 명과 이와 관련 없는 사람들이 섞여 있었다”고 밝혔다. 그는 “목격자들은 대부분 용의자 사진만 보여주면 ‘맞는 것 같다’는 대답을 하는 경우가 많다”며 “다른 사람들과 섞여 있을 때도 골라낼 수 있어야 법원에서 유력한 증거로 인정받기에도 좋다”고 설명했다. 빼곡한 사진첩에 나름의 과학이 숨어 있었던 것이다.

사진첩에 ‘카메오’로 출연한 인물들은 수사 대상 인물과 같은 직업군에 있는 사람들이다. IT업체 대표가 수사대상이라면 사건과 무관한 다른 IT업체 대표의 사진을 같이 보여주는 식이다. 경찰은 수사선상에 올라 있는 인물들의 4~5개 직업을 대상으로 인터넷에서 같은 직업을 갖고 있는 인물들의 사진을 입수했다고 밝혔다.

사진첩을 보고 엉뚱한 인물을 꼽는 목격자도 있었다고 한다. 이럴 때는 오히려 수사에 혼선을 초래할 수도 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에도 전혀 엉뚱한 인물을 지목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그런 경우는 소수에 불과했고 대부분 정확히 일관된 인물을 지목해 수사에 성과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임현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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