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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만든 우유, 이틀 만에 중국 안방 배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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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페리호 위동이 어제 오후 5시 인천 연안부두를 출발해 오늘 오전 10시 신선한 우유를 싣고 칭다오(靑島)항에 도착했어요. 대관령 목장에서 짠 우유가 이튿날 아침 서울 가정에 배달되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아요.”

지난달 19일 오후 중국 산둥(山東)성 칭다오항 선착장. KOTRA 칭다오무역관 박재석 대리는 통관서류를 검토하며 이같이 말했다. 이날 서울우유 6t(280상자)이 칭다오항에 들어왔다. 우유병에는 ‘2월 18일 출고, 3월 2일 23시13분까지’라고 생산일자와 유통기한이 써 있다. 잠시 뒤 우유를 실은 냉동탑차가 칭다오 시내와 베이징·상하이 등지로 출발했다. 국내 수퍼에서 병당 2600원에 팔리는 이 우유는 칭다오에서는 훨씬 비싼 32위안(약 6400원)에 팔린다.

우유 는 그동안 중국 시장 진출이 근본적으로 불가능했다. 우유는 보통 통관에 4일, 상품검사에 9일 소요돼 제품을 넘겨 받는 데 아무리 빨라도 13일 이상 걸린다. 유통기한이 최장 9일가량인 신선 우유는 통관도 마치기 전에 폐기해야 할 판이었다. 그런데 서울우유는 어떻게 이 같은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었을까. 바로 KOTRA물류센터 덕택이다.

칭다오 무역관이 우유 통관에 관심을 보인 것은 지난해 5월. KOTRA는 약 2개월간 해관(海關·세관)과 상품검사국 등을 쫓아다니며 방법을 모색하던 중 사문화돼 있던 ‘집중통관 신고제도’를 발견했다. 부패하기 쉽거나 긴급을 요하는 품목은 우선통관이 가능하다는 규정이었다.

KOTRA의 인지도와 신뢰를 높이 평가한 칭다오 해관은 마침내 한국산 신선제품에 이 제도를 적용하기로 했다. 상품이 도착하기 전에 세관은 미리 특급우편으로 전달받은 화물서류를 기초로 필요한 서류작업을 시작한다. 화물이 도착하면 곧바로 검수·검역이 이뤄진다. 양장석 칭다오 무역관장은 “13일 이상 걸리던 통관작업이 하루 만에 가능해졌다”며 “이로써 중국은 한국의 우유뿐만 아니라 고추장, 심지어 배추까지 팔 수 있는 가까운 시장이 됐다”고 말했다.

지난해 9월 터진 멜라민 우유 사태 이후 한국산 신선제품 수요가 늘면서 매일유업·빙그레·연세우유 등이 중국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KOTRA 물류시스템이 있기에 이들 업체에 중국시장은 더 가까워지고 있다.

◆특별취재팀 : 상하이·난닝·광저우=한우덕 기자, 베이징·옌타이=염태정 기자, 칭다오=장세정 특파원,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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