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은 실험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제한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실전과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 모든 장병이 유사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전투체험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과학화 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스라엘 등 강한 군사력을 유지한 국가들은 모두 훌륭한 과학화 훈련장을 확보하고 장병들에게 피 흘리지 않고 전투를 체험하게 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과학화 훈련만이 장병들이 전투 상황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학화 훈련장이 아주 미흡한 상태다. 대대급 부대가 8년에 한 번 정도 과학화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 2005년부터 3500만 평 규모의 훈련장으로 3만3000명 정도를 훈련시키고 있으나 여단급 부대가 자유기동으로 제병협동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현실적 요구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하다.
다행히 현재의 훈련장을 여단급으로 확장하는 사업이 올해부터 추진된다. 2014년 훈련장이 완성되면 보병 여단급 부대가 2년에 한 번 정도는 과학화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 이렇게 좋은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인제·홍천 지역의 주민들이 군의 필요를 이해하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이다.
갈수록 국가 이익과 관련된 국지적인 분쟁은 증가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역할과 능력이 검증된 우리 군의 평화유지활동(PKO) 요청도 증가할 것이다. 파병 전 대상국의 건물과 장비, 지형 등 현지와 유사한 상황을 갖춰 놓고 실전 훈련을 실시한다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적정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최신예 장비와 기술을 적용해 여단급 부대의 전술 훈련뿐 아니라 대테러 훈련, 경찰특공대 훈련 등까지 실시할 수 있는 명품 훈련장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적 훈련을 통해서만 우리 장병들은 ‘강한 전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강한 전사’가 모여야 ‘강한 군대’가 된다.
차영구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