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훈련장 과학화로 강한 군대 만들자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3면

훈련 없는 군대는 오합지졸에 불과하다. 훈련 없는 첨단무기가 무슨 소용이 있을까? 요즈음 군의 사정은 농촌의 급격한 도시화로 인해 훈련을 받을 만한 공간 확보가 매우 어렵다는 것이다. 어찌 보면 첨단무기 확보보다 더 시급한 것이 훈련장 확보가 됐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토지의 가용면적이 적은 나라에서 제병협동 실전훈련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정형화된 과학화 훈련장을 만들려면 지역 주민과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이 있어야 한다.

전쟁은 실험을 할 수 없다. 이러한 제한을 극복하는 유일한 길은 실전과 똑같은 조건을 만들어 모든 장병이 유사시 임무를 완수할 수 있는 전투체험을 경험하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과학화 훈련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미국·이스라엘 등 강한 군사력을 유지한 국가들은 모두 훌륭한 과학화 훈련장을 확보하고 장병들에게 피 흘리지 않고 전투를 체험하게 하는 기회를 주고 있다. 과학화 훈련만이 장병들이 전투 상황에서 어떻게 싸워야 하며 무엇을 보완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알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과학화 훈련장이 아주 미흡한 상태다. 대대급 부대가 8년에 한 번 정도 과학화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다. 2005년부터 3500만 평 규모의 훈련장으로 3만3000명 정도를 훈련시키고 있으나 여단급 부대가 자유기동으로 제병협동 훈련을 할 수 있는 훈련장으로 발전시켜야 하는 현실적 요구에 비하면 아직도 부족하다.

다행히 현재의 훈련장을 여단급으로 확장하는 사업이 올해부터 추진된다. 2014년 훈련장이 완성되면 보병 여단급 부대가 2년에 한 번 정도는 과학화 훈련을 할 수 있는 여건이 주어진다. 이렇게 좋은 계획을 추진할 수 있게 된 것은 인제·홍천 지역의 주민들이 군의 필요를 이해하고 지자체도 적극적으로 지원해준 덕분이다.

갈수록 국가 이익과 관련된 국지적인 분쟁은 증가할 것이다. 국제적으로 역할과 능력이 검증된 우리 군의 평화유지활동(PKO) 요청도 증가할 것이다. 파병 전 대상국의 건물과 장비, 지형 등 현지와 유사한 상황을 갖춰 놓고 실전 훈련을 실시한다면 완벽하게 임무를 수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우리도 적정 규모의 부지를 확보하고 최신예 장비와 기술을 적용해 여단급 부대의 전술 훈련뿐 아니라 대테러 훈련, 경찰특공대 훈련 등까지 실시할 수 있는 명품 훈련장을 만들어야 한다. 과학적 훈련을 통해서만 우리 장병들은 ‘강한 전사’로 거듭 태어날 수 있다. ‘강한 전사’가 모여야 ‘강한 군대’가 된다.

차영구 경희대 평화복지대학원 객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