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람] 영화감독에서 벤처기업가된 로커스 김형순 사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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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로커스사의 김형순 (金亨淳.36) 사장은 영화감독을 꿈꾸던 청년이었다.

그러던 그가 소프트웨어 회사를 경영하는 벤처 기업인으로 둔갑, 남들이 별로 손대지 않는 음성인식 기술분야를 전문으로 하고 있다.

최근 영업에서 음성사서함 (VMS) 기능을 가진 고객센터 역할이 중요해지면서 음성인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조흥.한미.제일.강원 등 10개 은행들은 폰뱅킹을 도입하며 이 회사 VMS시스템을 1백억원어치나 구입했다.

한솔PCS.SK텔레콤.한국통신프리텔도 올해초 컴퓨터와 전화를 연결한 영업센터를 설치하면서 이 회사 고객이 됐다.

매출액도 지난해 60억원이었지만 올해는 2백20억원으로 뛰었고 내년엔 4백20억원 정도로 늘어날 전망이다.

순이익은 올해 20억원, 내년 목표가 63억원. 컴퓨터 프로그램을 직접 짜고 소프트웨어의 오류 (버그) 도 잡아내는 그지만 원래 전공은 신문방송학이었다.

그러나 81년 연세대에 입학하면서부터 영화에 빠져 공부는 뒷전이었고 영화.연극동아리에서만 시간을 보냈다.

그러다 영화를 전공하기 위해 82년 미국으로 유학, 뉴욕주립대 버펄로분교에 입학했다.

재학시절 뉴욕 주정부 주최 영화제에서 '한순간' 이란 16㎜ 영화를 출품, 입선함으로써 재능을 인정받았다.

그는 85년 전공을 다시 경제학으로 바꿔 학부를 졸업한 뒤 매사추세츠공과대 (MIT) 경영대학원에 들어가 88년 MBA (경영학석사)가 됐다.

집안 권유로 컬럼비아대 박사과정에 들어갔지만 당시 이웃집 유태인 청년들이 구상하던 VMS사업에 매력을 느껴 학업을 중단하고 90년 로커스사를 설립했다.

그는 대기업이 아니면 정보통신 분야에서 살아남기 힘들다는 편견을 버리라고 충고한다.

VMS가 교환기.전송 등 장비 분야의 한 모퉁이로 알려져 있지만 앞으로 2년 이내에 음성인식이 가능한 지능망이 통신 서비스의 본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민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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