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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보석으로 풀려난 김현철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알선수재와 조세포탈죄 등으로 징역3년을 선고받은 김현철 (金賢哲) 씨가 구속된지 5개월반만에 보석으로 풀려났다.

보석을 허가한 항소심 재판부는 金씨가 자신의 혐의중 상당 부분을 부인하고 있어 엄격한 사실심리가 필요한만큼 충분한 소명의 기회를 줄 필요가 있다고 결정이유를 밝혔다.

金씨의 보석신청은 형사소송절차상 피의자에게 주어진 권리의 행사이고, 허가 여부는 재판부의 고유 영역이므로 보석결정 자체를 우리가 왈가왈부할 일은 아닐 것이다.

다만 우리가 관심을 갖지 않을 수 없는 부분은 일반 여론의 반응이다.

金씨 구속에 대한 반응이 압도적인 지지로 나타났던 점에 비추어볼 때 그동안 5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기는 했지만 일반국민들이 이번 결정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더구나 그가 권력형 비리를 저지른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은 현직대통령의 아들이라는 점에서 이번 결정이 일반 보석과는 다르게 비쳐질 것이 뻔하다.

한동안 나라를 떠들썩하게 했던 金씨의 처벌도 결국 이렇게 용두사미 (龍頭蛇尾) 식으로 마무리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갖게 될 것이다.

金씨 자신도 이같은 국민들의 정서와 눈길을 모르지 않을 것이다.

金씨는 구속 후에도 반성하는 자세보다 자신이 여론의 제물인 듯한 처신을 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또 우리는 金씨의 구속후에 실시된 정부인사를 두고 구치소인사라는 말이 나왔던 점을 기억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의 수형생활을 통해 그 자신도 느낀 것이 적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의 기대를 충분히 이해했을 것이다.

비록 신병이 자유로운 상태에서 재판을 받게는 됐지만 자신을 보는 국민들의 시선은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자신에게 쏟아졌던 의혹과 국민적 비판을 겸허하게 받아들여 반성하는 자세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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