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yle&man’s style] 치노 팬츠, 말아올리니 한 뼘쯤 길어진 다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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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꽃보다 남자’는 프레피룩의 뜨거운 유행을 불러왔다. 그리고 주인공 F4는 드라마 방영 전 공개된 포스터에서 모두 치노 팬츠를 돌돌 말아 올린 모습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치노 팬츠’란 쌍사(두 가닥을 꼰 실)로 짠 면직물 바지를 말한다. 몸에 달라붙지 않고 헐렁하게 내려오는 라인이 특징. 활동하기에 편해 주로 주말용 옷으로 사랑받고 있다. 그중 베이지색 치노 팬츠는 우리에게 가장 익숙한 것으로 프레피룩의 대표 아이템이기도 하다.

올해는 각종 캐주얼한 남성복 브랜드에서 기본 형태의 치노 팬츠 끝을 살짝 ‘말아 올려(롤 업 스타일)’ 입는 것을 트렌드로 제시하고 있다. 자유분방하고 경쾌한 멋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몇 가지 원칙만 기억하면 누구나 롤업 스타일을 손쉽게 연출할 수 있다.

걱정은 버려라, 하면 된다

청바지 밑단을 접어 겉과 다른 안감을 보여 주는 것이 멋쟁이로 통하던 때가 있었다. 안감을 보여 주는 것이 포인트가 되다 보니 브랜드에서는 아예 겉감과 다른 색상이나 무늬가 있는 소재의 안감을 사용하기도 했다. ‘접어 입는다’는 전제하에 나온 상품이기 때문에 일반 바지 기장보다 긴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선보이고 있는 치노 팬츠 스타일링은 바지 밑단을 ‘접기’보다 가볍게 ‘말아 올려’ 입는 것이 특징이다. 특히 길이가 긴 바지를 접어 다리 길이에 맞도록 입는 게 아니라 정상적인 길이의 팬츠를 짧게 변형해 입는다는 게 핵심이다.

물론 바지 길이가 짧아지면 그만큼 다리가 짧아 보일까 걱정돼 롤업 스타일에 도전하지 못하는 남자가 많다. 동양인은 종아리 아래 다리 길이가 짧은 데다 서양인에 비해 발목도 굵은 신체적 조건 때문이다. 하지만 전문가 의견에 따르면 롤업 스타일은 신체 조건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연출법이다.

복사뼈 살짝 보이는 게 포인트

다리 길이에 콤플렉스가 많은 동양인은 대부분 자신의 다리 길이보다 더 길게 바지를 입는다. 이때 발목에서 신발로 넘어가는 부위에서 바지 밑단이 꺾이면서 자연스럽게 주름이 생기게 된다. 이 주름이 다리를 짧아 보이게 하는 경우가 많다. 주름 부분이 넓으면 넓을수록 다리가 짧은 느낌은 더 커진다. 여성들이 일자 라인의 바지 안에 하이힐을 신는 것도 이 때문이다. 높은 굽일수록 밑단 주름이 적게 생겨 다리가 길어 보인다. 하이힐을 신을 수 없는 남자들은 키높이 구두를 신어야만 이런 연출이 가능하다. 하지만 키높이 구두나 키높이 깔창을 착용하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반면 바지 밑단을 복사뼈가 살짝 보이는 수준까지 말아 올리면 신발 위에 생기는 주름 없이 실루엣이 쭉 떨어지기 때문에 다리가 길어 보일 수 있다.

이 경우에도 고려해야 할 요소들은 있다. 먼저, 다리가 짧은 사람이 과도하게 바지를 말아 올리면 바지 전체 기장이 너무 짧아져 균형이 깨진다. 그래서 원래 다리 길이보다 더 짧아 보일 수 있다. 키가 작은데 뚱뚱하기까지 하다면 더욱 주의해야 한다. 가로로는 넓어지는데 세로로는 짧아진다면 실루엣이 망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키가 크고 다리가 길다면 과감하게 좀 더 짧게 연출해도 무리가 없다. 팬츠 롤업의 이상적인 길이는 바로 섰을 때 복사뼈가 살짝 보이는 정도다.

원단 소재는 힘 있는 것으로

바지통이 너무 넓거나 아래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치노 팬츠는 롤업 스타일 연출에 적합하지 않다. 일자 혹은 아래로 갈수록 통이 약간 좁아지는 것을 선택하는 게 좋다. 또한 말아 올린 형태가 유지될 수 있도록 원단 자체도 너무 부드럽지 않은, 힘 있는 소재를 택해야 한다.

how to 그렇다면 치노 팬츠를 멋지게 말아 올리는 방법은? 먼저 바지를 끝까지 반듯하게 내린 다음 양손으로 끝자락을 잡는다. 와이셔츠 소매를 말아 올릴 때처럼 두 번 정도 여유 있게 말아 올린다. 이때 반듯하고 똑 떨어지게 선을 만들어 가며 ‘접지’ 않는 게 핵심이다. 느슨하게 말아 올린 부분을 두 손으로 잡고 엄지와 검지로 한쪽 끝자락을 지그시 누른다. 반대쪽도 같은 방법으로 눌러 준다. 흘러내리지 않게 하는 것도 목적이지만, 둥글게 뭉친 바지 양쪽 끝 라인에 이렇게 소폭의 직각을 만들어주면 전체적인 바지 라인이 일자로 마무리되면서 다리 길이가 길어 보이는 효과를 내기 때문이다.

송지혜 기자

도움말=김미영 제일모직 빈폴맨즈 디자이너

아이보리 팬츠엔 원색 스니커즈

롤업 스타일을 했을 때는 발목과 신발이 그대로 보이는 만큼 신발 선택이 중요하다. 제일모직 빈폴맨즈 디자이너 김미영씨가 치노 팬츠와 잘 어울리는 4종의 신발에 대한 코디네이션법을 추천했다.

1 흰색 스니커즈 어떤 치노 팬츠와도 무난히 코디할 수 있는 기본 아이템. 깨끗한 흰색 스니커즈라면 검정이나 흰색 치노 팬츠와 매치해 세련된 ‘블랙&화이트’ 느낌을 연출할 수 있다. 분홍·파랑 등 컬러감 있는 치노 팬츠와 코디하는 것도 깔끔하게 보일 수 있는 방법. 연한 아이보리 색상의 스니커즈라면 베이지 등 내추럴 계열의 치노 팬츠와 잘 어울린다.

2 원색 스니커즈 어두운 베이지 계열이나 탁한 색상의 것보다는 흰색·아이보리 등 밝은 색상의 팬츠와 매치하는 게 좋다. 여기에 역시 밝고 선명한 색상의 티셔츠를 매치하면 산뜻한 캐주얼 느낌을 낼 수 있다.

3 밤색 옥스퍼드 구두 끈이 있는 옥스퍼드 구두는 프레피룩의 기본 재킷과 잘 어울린다. 남색 재킷에 흰색 바탕의 스트라이프 셔츠를 조합하고 베이지 계열의 팬츠를 입는다. 산뜻한 색상의 캐주얼 벨트나 타이를 매면 경쾌한 느낌도 연출할 수 있다. 옥스퍼드 구두는 양말과 함께 매치해도 멋스럽다. 양말은 바지나 신발보다 한 톤 진한 색상을 고른다. 여기에 아가일 체크(커다란 마름모꼴이 서로 겹친 듯한 무늬) 같은 클래식한 무늬가 있거나 포인트가 될 수 있는 컬러 양말을 신으면 어디에서든 멋쟁이 소리를 들을 수 있다.

4 검정 로퍼 끈이 없는 로퍼는 편안해 보이는 것이 장점. 이 때문에 중간 톤의 베이지·카키·그레이 등 내추럴 색상의 치노 팬츠와 함께 신으면 자유로운 느낌을 잘 살릴 수 있다. 상의는 바지보다 어두운 톤의 재킷이나 조끼로 균형을 맞춘다. 최근 흰색 또는 파란색 셔츠에 조끼를 매치한 옷차림이 많이 보이는데, 이때 정장 바지 대신 치노 팬츠를 롤업해 입으면 더 세련된 스타일을 선보일 수 있다. 단, 너무 광택이 심해 정장 구두 느낌이 강하게 나는 로퍼는 피한다. 부드러운 느낌의 로퍼가 현명한 선택이다.

글=송지혜 기자, 사진=최승식 기자

촬영협조=금강제화ㆍ캔버스ㆍ리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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