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피살 충격] AP전화 후폭풍…문책 폭 주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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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 김선일씨를 추모하는 분향소가 전국적으로 설치된 25일 한 분향소 방명록에 '전투병 파병해 테러 응징'이라는 글이 적혀 있고(上), 다른 분향소에는 '파병 철회' 카드가 놓여 있다. [송봉근.양광삼 기자]

외교부의 사무관급 외무관이 AP통신으로부터 '한국인 피랍'에 대한 문의전화를 받은 사실이 25일 확인되면서 문책의 범위와 함께 다음달 초 개각 폭이 주목받게 됐다.

특히 이번 사건과 관련한 감사원의 조사 대상이 외교부뿐 아니라 국정원.국방부.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다른 외교안보 부처로 대폭 확대되면서 해당 부처의 긴장 수위가 더욱 높아지고 있다.

◇감사원 조사의 속도.내용이 개각 변수=청와대는 난감한 표정 속에서도 신중히 접근하고 있다. 이병완 홍보수석은 외교부의 'AP 문의전화' 시인 발표 이후 기자실을 찾아 "개각은 그 이후 (6월 초 3개 부처 교체 방침 이후) 언급도 없었고 논의할 사항도 아니었다"며 "현재 조사의 초동단계에서 어떤 예단과 예측도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이 수석은 "한 점 의혹 없이 진실을 규명해 국민에게 밝힌다는 입장인 만큼 지금은 사태 수습이 중요하고 감사원의 조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이날 낮 NSC 사무처를 통해 AP통신의 외교부 문의 전화 확인 사실을 보고받았다.

야당의 경질 요구 대상인 반기문 외교부 장관은 25일 밤 "적절한 기회에 내 입장을 표명할 수 있을 것"이라며 "장관은 정무직인 만큼 대통령의 결정과 판단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반 장관은 "현재까지는 내가 직접 노 대통령에게 사의를 표명한 사실은 없다"며 "(거취 표명은) 감사원 조사와 국회의 국정조사가 예정돼 있는 만큼 그 결과가 나온 뒤 생각해 볼 문제"라고 말했다.

청와대는 당초 국정공백을 줄이기 위해 이해찬 총리 인준 투표(29일) 직후인 7월 1일을 전후해 3개 부처(통일.보건복지.문화) 개각을 검토하고 있었다.

반면 감사원은 다음주 초 이라크 현지에 조사단을 파견하는 등 2주일 일정으로 조사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7월 10일께 조사가 마무리되는 셈이다.

이 때문에 총리 인준(29일)~3개 부처 개각(7월 1일 전후)~감사원 조사 마무리(7월 10일 전후)~문책사유 발생시 추가 개각(7월 중순)의 수순을 예상할 수 있다.

그러나 외교부 측의 'AP통신 문의 전화' 시인으로 인해 야당과 여론의 비난이 급등하고 있고 여권 일각에서조차 외교부 장관 등의 교체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그래서 향후 개각의 폭은 예측불허가 될 것이라는 관측이 우세해지고 있다.

청와대 관계자는 "감사원의 조사 마무리 이전이라도 중간보고 결과는 청와대에 전달될 것"이라며 "해당 기관장의 문책 사유가 조기에 확인될 경우 당초 3개 부처 개각 일정을 조금 늦춰서라도 함께 묶어 개각을 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감사원 조사의 내용과 속도가 개각의 변수가 되는 셈이다.

◇감사원 조사 대상 확대=감사원은 25일 행정.안보감사국 감사관 16명으로 특별감사팀을 구성했다. 이날 특별감사팀 중 일부 인력을 외교부에 보내 AP통신의 피랍 문의 관련 자료와 이라크 현지의 보고 문서 등을 넘겨받아 본격 조사에 돌입했다.

감사원은 또 AP통신의 한국인 피랍 확인에 대한 외교부의 처리가 적절했는지와 최초 피랍 정보를 취득한 경위, 보고 과정도 집중 조사하고 있다. 정부가 협상 과정에서 효과적으로 대응했는지와 이라크 교민 안전 보호를 제대로 했는지도 점검 대상이다. 김씨가 다녔던 가나무역과 AP통신은 감사대상 기관이 아니지만 조사에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할 계획이다.

감사원 관계자는 "외교부와 국정원.국방부.NSC 등 관련 부처 간의 공조 시스템도 조사 대상"이라고 밝혔다.

최훈.정철근 기자
사진=송봉근 기자, 양광삼 기자<bks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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