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태그룹 화의·법정관리 신청 배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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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해태그룹이 1일 대부분의 주력기업에 대해 화의 또는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은 그동안 금융권의 협조로 지탱해온 그룹의 경영이 한계점에 이르렀다는 판단 때문이다.

자기 실력을 넘는 무리한 사업확장과 최근의 얼어붙은 금융시장의 여파다.

해태의 어려움은 올 6월 자금난설에 휘말리면서 가속화되기 시작했다.

8월엔 해태상사등 주요 계열사가 극심한 자금난으로 하루하루 연명했으나 때마침 정부의 금융시장 안정화 조치와 주거래은행의 협조로 가까스로 부도를 모면했다.

해태는 금융권으로부터 1천억원의 협조융자 약속을 받아냈으나 현재 5백47억원밖에 지원받지 못한 상태다.

여기에 최근 종금사등 2금융권의 대출금 회수가 재개되면서 주력사의 화의및 법정관리 신청으로 이어졌다.

해태의 화의및 법정관리 신청 배경에는 그룹 경영진의 안이한 대응도 한몫 한 것으로 분석된다.

해태그룹은 지난달 16일 계열사 통폐합및 매각을 통해 6천억~7천억원의 자금을 마련하고 그룹연수원 (2천9백93평).광주시주월동 아파트부지 (1천3백97평).해태전자 구로공장 (1천5백59억원) 과 부평공장 (2천6백7평) 등의 부동산을 매각키로 하는 자구대책을 마련했다.

또 신세기통신.나래이동통신.온세통신등의 유가증권 7건을 매각하고 계열사별 10~20%의 인원감축등을 통해 모두 1조1백47억원을 마련키로 했다.

그러나 해태그룹의 이같은 자구대책은 시기적으로 뒤늦은 감이 있었다.

더욱이 해태는 애초 자금지원을 요청하면서 해태음료와 프로야구단.해태중공업등의 계열사를 팔겠다고 했으나 지난달 16일 발표한 자구책에는 이같은 계획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해태측도 이번 화의및 법정관리 신청 배경에 대해 "중공업등 일부 계열사의 부실과 자금시장 경색및 과중한 금융비용 부담 때문" 이라고 말했다.

특히 3조3천억원 (순여신 2조9천8백억원)에 이르는 그룹 부채중 종금사등 2금융권의 단기 부채가 1조8천억원에 달해 금융비용이 '감당하기 어려운 형편' 에 이르렀다는 설명이다.

해태는 이번 화의.법정관리 신청 이후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화의가 성사될 경우 6~7년 후에는 차입규모를 적정화해 건실한 기업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도 그룹을 지금과 같은 상태로 온전히 살리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모기업인 해태제과.해태음료등 식음료업종으로 그룹회생의 발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사실상 중견그룹으로 내려앉는 것이다.

고윤희.심재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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