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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요무대' 12년 KBS 관현악단 차순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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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4면

11월3일 밤10시 KBS1 - TV의 '가요무대' 는 12주년 특집. 85년11월4일부터 지금까지 '가요무대' 를 통해 가장 많이 불리운 노래 12곡을 들려준다.

1위는 66회 방송된 '찔레꽃' 이며 다음은 '비내리는 고모령' (64회) '울고넘는 박달재' (58회) '나그네 설움' (56회) 등이다.

쇼 프로그램으로서는 드물게 '가요무대' 가 12년이라는 장수를 누리는 동안, '찔레꽃' 이나 '비내리는 고모령' 등을 방송된 수만큼 색소폰으로 연주한 사람이 있다.

KBS 관현악단의 차순철 (50.사진) 씨. 그는 12년동안 '가요무대' 에서 관현악단의 오른쪽 앞자리에 늘 앉아 있었다.

"지난 10월 무대 앞에 홀로 나서서 이봉조 선생님의 곡 '무인도' 의 간주를 했던 것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이선생님 10주기 특집이었죠. 이선생님은 제 결혼식 주례도 서주셨습니다. " 관현악단의 한사람으로 '가요무대' 말고도 '열린 음악회' '빅쇼' 등에도 나가지만 유독 '가요무대' 에서만 가끔 실수를 한다.

74년 악단생활을 시작한 베테랑 연주자로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시청자 사연이 소개될 때면 어쩌다가 그런 실수를 합니다.

가족간의 정이 담뿍 담긴 편지를 듣노라면 눈물이 솟거든요. 그렇게 감상에 젖어서는 박자를 놓치는 겁니다.

12년이 지나도 그건 어쩔 수 없더군요. " 지난해 가을 '가요무대' 가 전북임실군의 사선대를 찾았을 때다.

공연시간이 닥쳤는데도 장대비가 억수같이 내렸다.

하지만 공터를 메운 수천의 관중은 비를 맞으며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공연을 시작했습니다.

빗속에서도 즐거워하는 관객들의 모습이 뚜렷이 보이더군요. 단원들이 직접 산 수백만원짜리 악기가 비에 맞아 못쓰게 될 수도 있었지만 누구도 불평하지 않았습니다.

" 차씨가 꼽는 '가요무대' 의 백미는 이따금씩 마련되는 특집중 해외에서 일하는 아버지와 국내의 가족들이 전화를 통해 정을 나누는 모습. 그때마다 '저런 사람들을 위해 내가 색소폰을 부는구나' 하는 생각에 가슴이 뿌듯해 진다는 차씨. "그렇게 따뜻한 가족들을 위해서라면 12년이 아니라 1백20년이라도 이 무대에 서고 싶다" 며 웃었다.

글 = 권혁주·사진 = 김진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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