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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합상영관, 볼 곳 많지만 볼 것 없는 '장삿속' 될 수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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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면보기

종합 41면

복합상영관이 늘어남으로써 관객입장에서는 일단 영화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실제로 제일제당에서는 한 두개관 정도를 '키드 시에터' 라는 어린이 영화 전용관으로 할당할 계획을 세워 놓고 있으며 시네코아도 그동안 취해 오던대로 예술영화나 유럽영화등 비상업적인 영화들을 주로 상영한다는 방침을 고수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따라서 그동안 극장을 잡지 못해 먼지를 맞고 있던 수입영화들이 다소 빛을 볼 것으로 보인다.

또 허리우드극장이 시도하고 있는 것처럼 한국영화전용관도 나올 듯하고 현재 비디오상영 수준을 못벗어나는 '감독회고전' 등 다양한 영화행사에도 숨통이 트일 것같다.

언제든지 극장에 가면 바로 영화를 볼 수 있게 된다는 점도 관객입장에선 반가운 변화다.

단일관일 때에는 관객들이 영화가 끝날 때까지 2시간가량 기다려야 하지만 복합상영관에서는 짧으면 10~20분만 기다리면 영화를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따라서 관객들을 보다 많이 극장으로 유인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영국의 경우 80년대초 연간관객 5천만명으로 최저점에 달했던 것이 1억2천만명까지 늘어난 것은 복합상영관의 증가와 상당히 깊은 관계가 있다고 한다.

그러나 비관적인 견해가 없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형영화와 흥행영화 위주로 편제가 바뀔 가능성도 상당히 높다.

한국영화연구소 김혜준 기획실장은 "외국의 예를 보더라도 복합상영관의 증가가 영화 선택의 다양성을 보장해 주는 것은 아니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영국이나 프랑스, 독일등 유럽에서도 흥행영화가 복합상영관을 점령하는 실정이다.

그래서 프랑스 같은 경우는 관객의 다양한 문화향수권이라는 측면에서 복합상영관의 설립을 억제하는 정책을 고려할 정도이다" 라고 분석했다.

전관에 걸쳐 대형 흥행물을 내걸거나 한 두개관 정도만 비워 놓고 흥행물로 채우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런 우려는 사실 설득력이 있다.

돈이 된다 싶은 영화는 프린트 한벌로 7, 8개 스크린에 동시에 트는 영사시설 설치를 일부 극장에서 고려하고 있는 것이 이를 암시한다.

극장이 집중화되면 기존의 낙후된 영화관은 자연히 도태의 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

복합상영관이 늘고 있는 것과 반대로 극장 전체 수는 최근 계속 줄고 있는 추세가 이를 말해 준다.

극장협회에 따르면 94년에 전국적으로 629개였던 극장 수는 95년엔 577개, 작년엔 511개로 줄었고 올해는 다시 470개대로 감소했다.

서울에 한정해 보더라도 지난해 130개에서 올해 120개로 계속 줄고 있다.

이것은 결국 변두리 영세극장이 줄줄이 문을 닫고 있다는 것을 가리킨다.

이영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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