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돈정치' 개혁 이젠 실천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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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국회정치개혁특위의 선거법 협상결과는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런대로 돈 안드는 선거를 치를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우리가 지난 4월 본란을 통해 '돈정치 개혁하자' 는 주제로 일련의 개혁방향을 제시한 것과 비교할 때 이번 결과가 흡족하지는 않다.

그러나 이 정도나마 개선된 제도로 12월 대선을 치를 수 있게 돼 다행이다.

이번 협상에서 몇가지 뚜렷한 성과가 있었다.

우리 정치의 고질병인 음성적 정치자금을 근절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됐다.

정치자금법에서는 후원금.당비.기탁금.국고보조 이외의 자금은 불법으로 규정하고 있으나 그에 대한 처벌 조항이 없었다.

그 허점을 이용해 정치인들이 떡값이니, 대가성이 없는 돈이니 하여 부정한 돈을 모았다.

이번에 처벌규정을 신설함으로써 정치인들의 입에서 떡값이라는 말은 사라져야 하게 됐다.

옥외집회금지 역시 잘된 일이다.

대통령 선거때마다 경쟁적으로 대규모 군중집회를 벌여 수백억원씩의 돈을 쓰고 선거분위기를 과열시키던 폐습이 사라지게 됐다.

옥내집회마저 대폭 제한해 앞으로는 유세 (遊說) 식 선거운동이 아니라 언론매체를 이용한 선거운동이 중심이 되게 됐다.

아울러 산악회니 뭐니 하는 사조직활동을 전면 금지시켜 비공식 조직으로 들어가던 막대한 선거비용과 혼탁한 선거분위기도 막을 수 있게 됐다.

여당만 독점하던 지정기탁금제를 여당 스스로가 포기, 불공정 시비도 사라지게 됐다.

그러나 선거자금의 흐름을 투명하게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하는 데는 실패했다.

선진국들과 같이 선관위에 등록된 통장만을 사용하게 해 선거자금의 입출을 한눈에 알아볼 수 있도록 하자는 여론이 높았으나 반영되지 않았다.

돈 안드는 정치를 위해서는 정당조직의 간소화가 선행돼야 하므로 이에 대한 계속적인 연구가 필요하다.

비록 이 정도의 제도개혁을 이뤘다 해도 실천이 안되면 허사다.

지난 4.11총선때도 선거비용 8천만원 상한선을 지킨 후보가 거의 없었다.

여야가 합의해 마련한 게임의 규칙이니 이를 충실히 지켜 돈선거니 비자금이니 하는 말이 다시 나오지 않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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