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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대역사]7.시나이 테크노밸리(1)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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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세계 4대 문명 발상지의 하나로 화려한 문명의 꽃을 피웠던 이집트. 그 이집트가 오는 2000년대 새로운 밀레니엄의 전환기를 맞아 다시금 세계문명을 이끌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유럽을 잇는 지리적 요충지인 시나이반도에 첨단기술단지를 조성, 침체돼 있는 이집트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고 이를 통해 선진국 진입을 이룬다는 목표 아래 이스마일리아 주정부가 중앙정부의 강력한 지원 아래 추진중인 '시나이 테크노 밸리 (STV)' 조성계획이 그것이다.

수도 카이로에서 동쪽 이스마일리아주로 향하는 고속도로를 타고 2시간쯤 달리는 동안 보이는 것은 황량한 사막과 군데군데 보이는 회색벽돌로 지은 상자형 집들 뿐이나 이집트에서 가장 쾌적한 도시로 꼽히는 이스마일리아에 들어서면 풍부한 물과 수많은 나무로 둘러싸인 녹색지대가 펼쳐진다.

이스마일리아는 향후 시나이 기술단지의 모 (母) 도시로서 역할을 하게 된다.

공사현장에 들어서기 위해 여기서 이웃한 수에즈운하를 가로질러 시나이반도에 들어서면 보이는 것은 끝없는 사막으로 그 사막을 가로지르는 한 줄기 도로를 자동차로 달리면 곳곳에 STV를 위해 건설중인 송전탑들과 나일강물을 끌어들인 수로 (水路) 와 함께 피라미드형의 행정건물이 눈길을 끈다.

STV 조성계획은 시나이반도 서북부 수에즈운하 동쪽 9㎞ 지역 약 2천1백70만평의 사막을 개발해 이중 40%인 9백만평을 첨단기술단지로, 나머지 60%는 녹지공간으로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집트 정부는 제3차 5개년 경제개발계획 (1993~97)에 시나이반도 개발계획을 국가개발계획의 일환으로 수립했으며 STV 조성계획은 그 핵심이다.

이를 통해 전 국토의 6%를 차지하고 있으면서도 30만명에 불과한 현지 인구를 2백만명으로 늘려 현재 카이로 인근 수도권에 집중돼 있는 인구를 분산시키고 국토의 균형발전도 꾀한다는 전략이다.

수에즈운하에 의해 지중해와 홍해, 그리고 인도양으로 연결돼 있으며 이슬라엘과 요르단.팔레스타인등과 인접해 있어 이곳이 개발될 경우 중동 평화의 상징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고려됐다.

이와 함께 이 지역의 풍부한 광물자원, 그리고 인근 지중해를 비롯한 해양자원등도 STV의 장점으로 꼽히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오는 2017년까지 자체 예산과 세계은행 (IBRD) 등 차관 도입, 외국정부 지원, 내.외국기업 투자유치등을 통해 이 지역에 총 2백20억달러 (약19조8천억원) 의 자본을 투자할 계획이다.

녹지공간을 제외한 9백만평을 6개 권역으로 나눠 단계적으로 개발하며 각각의 권역은 '자립생산.생활기능 단위 (SSU)' 로 조성, 여기에 정보.통신.의학.산업자동화.생명공학.환경공학등 21세기에 필수적인 기술집약산업을 유치할 예정이다.

이집트는 STV를 산업단지로서의 기능뿐 아니라 연구.교육.레저스포츠.서비스.주거기능등 6개 기능이 복합된 도시로의 발전을 구상하고 있다.

이를 위해 각종 국제회의를 위한 컨벤션센터와 기술인력 보급을 위한 대학.연구소등도 설립하게 된다.

현재 STV 대상지역에는 지난 95년부터의 공사를 통해 단지조성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나서 전력공급용 송전탑이 이미 완공돼 기초 전력을 보급할 수 있는 상태다.

또 농.공업용수 확보를 위해 나일강을 끌어들이는 수로를 건설중이다.

이러한 작업을 통해 사막을 녹지대로 바꾸고 앞으로 통신설비 확충등을 통해 기술단지 조성에 필요한 인프라를 구축하게 된다.

이와 함께 STV 조성후 이 지역에 이르는 차량이 하루 5만~6만대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2개의 다리를 건설한다.

1차로 이집트 정부는 지난 8월 일본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1년 완공을 목표로 1억6천달러의 예산을 투입, 수에즈운하의 북쪽 입구인 포트사이드항에서 남쪽으로 48㎞ 떨어진 알 칸타라지역에 길이 4㎞, 너비 20m, 높이 70m의 '평화의 다리' 를 건설한다고 발표했다.

철도와 도로의 복합식으로 구상하고 있는 두번째 교량은 현재 독일 정부와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집트 정부는 한국에도 지원을 요청, 현재 한국국제협력단 (KOICA) 과 환경그룹 (회장 郭英薰) 이 STV 내부개발 조사사업과 외국기업 유치를 위한 국제마케팅 전략 수립계획을 마련하고 있다.

郭회장은 "STV는 전체 시나이반도 개발계획의 첫 단추이자 이집트 발전 계획의 핵심" 이라며 "단순한 기술단지 조성이 아니라 이 지역 유목민인 베두인족의 생활터전 보존과 함께 농업사회.공업사회.정보화사회등 인류역사가 밟아온 모든 시대의 모습이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문명도시를 만드는 것이 개발계획의 최종적 목표" 라고 말했다.

외국기업의 유치가 사업의 성패를 가르는 핵심적인 요소이기에 이집트 정부는 투자유치를 위해 입주 기업에 대한 여러가지 인센티브를 마련하고 있다.

이집트 정부는 도로.용수.하수처리시설.통신망등 주요 인프라를 구축해 제공할 계획이며 토지도 무상임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단지 입주시 등록.인지세를 비롯한 제 세금과 사업용 기계 장비 통관세 면제등도 제안하고 있다.

또 이 지역은 자유무역지대로 만들어 수출입 관세를 면제할 계획이다.

시나이반도 (이집트)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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