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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회의·자민련 후보 단일화 득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단일후보로 공동집권에 성공할 경우 양당은 무엇을 잃고 무엇을 얻게 될까. 계속돼온 양측의 협상은 결국 더 많이 얻어내기 위한 줄다리기 기간이었다고 보아도 좋다.

길게는 1년, 짧게 보아 석달이었다.

1년이란 김대중 국민회의총재와 김용환 자민련부총재의 지난해 11월 목동 회동 이후부터 따진 계산이고, 3개월은 양당의 후보단일화 추진기구 구성을 시점으로 한 것. 결론부터 말해 양쪽 다 그리 밑지는 거래를 한 것같진 않다.

국민회의는 '단일후보' , 자민련은 '내각제' 라는 가장 큰 소득을 얻었다.

만약 집권에 성공한다면 헌정사상 처음 여야간 정권교체를 이루는 주체가 된다.

김대중총재로선 71년 박정희 (朴正熙) 공화당후보에게 패한 뒤 실로 26년만에 꿈을 이루게 된다.

김종필총재는 15대 국회말 개헌이 된다면 5공 (共) 말 정계복귀 이래 외롭게 외쳐온 내각제를 실현하는 것. 아이로니컬하지만 5.16 주체세력으로 내각제를 부순뒤 48년만의 결자해지 (結者解之) 다.

양당의 소득은 많다.

우선 국민회의는 지역당 이미지를 벗는데 큰 의미를 둔다.

충청권의 자민련, 그리고 박준규 (朴浚圭) 전국회의장등 소위 TK세력과 손을 잡음으로써다.

박태준의원도 가세할 것으로 알려졌다.

색깔시비에 더이상 휘말리지 않을 수 있는 터전의 마련도 중요한 일이다.

보수우익의 대명사격인 JP가 DJ의 사상 (思想) 보증을 서는 셈이다.

여론조사에서도 덕을 봤다.

30% 중반의 지지율로 1위자리를 고수해온데는 DJP단일화가 이점으로 작용한바 크다.

자민련으로서는 무엇보다 당을 살리게 됐다.

사실상 꼴찌인 한자릿수 지지율의 김종필총재를 앞세워 정권을 잡는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인데 대선에서 이긴다면 공동정권의 한 당사자가 되므로 큰 성과다.

내각제 개헌전까지 내각을 포함, 집권당이 가질 수 있는 각종 자리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것도 특혜나 다름없다.

손실도 적지 않다.

국민회의는 2년반짜리 대통령에 만족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헌인 대통령제를 벗어던지는 모험을 해야 한다.

당연히 비난받을 수 있다.

집권후 자리의 절반을 내놓는 것도 내부의 큰 불만요인이 된다.

자민련은 "대통령후보를 안내는건 당의 문을 닫는 일" 이라는 자괴감이 당 일각에 퍼져 있다.

단일화를 추진하지 않았다면 15%의 지지율은 유지했을 것이란 분석도 있다.

'만년 2인자' 자리를 벗기 위해 기울여온 JP 스스로의 노력도 물거품으로 돌아가게 된다.

무엇보다 공동집권에 실패할 경우엔 정체성 시비를 포함, 감당하지 못할 크기의 피해가 양쪽을 덮치게 됨은 물론이다.

김석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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