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마취제 ‘프로포폴’ 마약 변신 논란

중앙일보

입력

“진짜 이거 해주는 의사들 죽여버리고 싶어요” <프로포폴 중독자 지인>

수면마취제 ‘프로포폴’에 대한 논란이 다시 불거지고 있다. 빈번하게 마약 대용으로 사용되면서 중독 등 심각한 부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피해자들의 증언이 잇따르고 있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21일, ‘수면마취제의 두 얼굴’ 편을 통해 프로포폴의 남용 실태를 고발했다.

방송에 따르면 이 약은 중독자들 사이에 일명 ‘하얀약’으로 통한다. 수면마취 효과에 탁월하다보니, 일부 연예인들은 피로회복을 위해 애용하고 있고 일부 중독자들은 프로포폴을 맞기 위해 필요하지도 않은 성형수술까지 받아가며 병원을 찾아다니고 있다고 고백했다.

프로포폴은 현재 서울 강남지역 일부 성형외과를 중심으로 피부에 좋은 약물로 때로는, 환자통증을 줄여주는 약물로 남용되고 있다. 중독성이 강하다보니, 환자들은 영문도 모른채 중독에 빠져들고 있다.

방송은 최근 연예인들의 출산을 도와 유명해진 한 산부인과 원장의 사망에 대해서도 프로포폴 중독으로 인한 남용 의혹을 제기했다.

중독에 따른 사건사고도 끊이지 않고 있다. 전국 지방경찰청 마약수사과에 따르면 2008년12월 인천에서 수면내시경을 받으러 온 환자가 프로포폴 5병을 훔치다 적발됐고, 2008년1월에는 전직 간호사가 60여차례 상습투여하다 적발됐다. 또 2007년 3월에는 전직 간호조무사가 약물을 상습적으로 훔치는 사건도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프로포폴의 중독성과 위험성을 강력히 경고하고 있다.

국제마취학회는 2002년 발표한 논문에서 쥐실험 결과 도파민(쾌감을 일으키는 뇌속 신경전달물질) 농도를 급격히 증가시키고 중독성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또 2007년10월 26명의 프로포폴 중독자 중 28%가 사망했음에도 71%의 병원들이 프로포폴을 관리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가톨릭대학교 신경정신과 김대진 교수는 “여러 가지 연구들을 보면 상당히 많은 도파민을 방출시키고 있다. 필로폰이나 코카인보다 훨씬 더 위험한데 20~30초만에 모든 의식을 잃고 호흡이 정지될 수도 있고 사망에 이를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2008년 1월 환자 윤모씨는 턱수술 준비 중 프로포폴을 투여한 이 후 사망하기도 했다.

문제가 불거지자,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중앙약사심의위원회를 거쳐 프로포폴을 향정신성의약품으로 지정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지만, 부작용이나 남용 등의 문제가 해결될 지는 미지수다.

처방한 의사들에 대한 처벌규정이 없는 탓이다. 복지부 의료제도과 배성진 주무관은 “의약품을 목적외로 사용했을 때 어떤 명시적인 규정은 없다”며 “품위손상 행위나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은 행위로 처벌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도덕적 진료행위에 대한 처벌은 자격정지 1개월이다.

한편 프로포폴의 국내 시장규모는 2007년 기준 4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헬스코리아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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