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현안 쌓인 국회 파행위기…與 분란·대선정쟁에 의안 심의 미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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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쟁점현안이 산적한 올 정기국회는 대선정국과 여당내분으로 파행위기를 맞았다.

대선 (大選) 이라는 요인으로 어느 정도 예측돼온 터지만 여권이 내분에 휩싸이며 당정 마찰이 심화돼 정부에 비우호적인 다수당만이 존재하는 정국상황 때문이다.

모든 정책이 표류하는 '빗나간 정쟁 (政爭)' 의 후유증은 결국 국민들의 부담으로 돌아올 것이다.

◇ 국회무기력증 = 이번 정기국회에서 처리를 기다리는 법안은 모두 1백15건. 정부측은 이중 한은법등 금융개혁관련법안 13건과 전자주민카드도입이 쟁점인 주민등록법안을 비롯, 의료보험법.도로교통법개정안등 66개 민생법안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신한국당은 그 처리에 전혀 의욕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당의원들의 관심이 당문제로 집중돼 심각한 이석현상이 나타나 국회대정부질문은 10~50명만이 참석, 의사정족수조차 못채우는 '위법상태' 에서 이뤄지고 있다.

여당의 지정기탁금제 폐지방침으로 정치개혁입법협상이 진전을 보이고 있지만 다른 중요 현안관련법안들은 정상적 처리가 우려되는 실정이다.

정부도 사태의 심각성을 인식, 고건 (高建) 총리가 29일 3당총무를 공관으로 초청해 원만한 국회운영을 당부할 예정이다.

◇ 실종된 당정협의 = 지난 19일 증시대폭락에 따른 당정대책회의 이후 신한국당과 정부는 단 한차례의 당정협의나 간담회도 갖지 못하고 있다.

청와대와 이회창총재의 신한국당이 일전불사를 각오한 듯한 정국상황에서 당분간 당정회의라는 단어조차 찾아 보기 어려울 것같다.

당 고위정책관계자는 "당이 혼란상태라서 이번 주에도 한건의 당정회의나 간담회 계획을 잡지 못했다" 고 밝혔다.

◇ 여당내 혼선 = 신한국당의 주류.비주류간 다툼은 각종 정책방향에 대한 혼선으로 이어지고 있다.

국회재경위의 경우 나오연 (羅午淵) 제2정조위원장등 이회창총재측 여당의원은 기아사태해결에 정부의 적극적 개입을 요구하는 반면 비주류측 의원들은 경제논리의 우선을 주장한다.

李총재측 의원들은 기아사태를 '화의' 로 해결하자는 입장인 반면 일부 비주류의원들은 '법정관리' 를 주장했다.

최근 강경식 (姜慶植) 경제부총리가 세계경제포럼 참석차 홍콩을 방문한 것을 두고도 주류측이 "한가하다" 고 하자 비주류는 "국제화시대에 무슨 말이냐" 고 나서는등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다.

현안처리에 대한 시각도 엇갈린다.

이해구 (李海龜) 정책위의장은 "금융개혁입법안은 이번에 밀어붙이겠다" 는 반면 목요상 (睦堯相) 총무는 "금융개혁안등에 대해서는 합의해야 하므로 굳이 표결처리할 생각이 없다" 고 했다.

전영기.최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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