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손에 땀 쥐게한 축구 '우승' 기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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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9면

경기 시작전 전남 드래곤즈의 허정무 감독은“우승을 기대하느냐” 는 질문에 손사래를 쳤다.

그 대신 “2위에 만족하겠다” 며 환하게 웃었다.

지난 25일 포항 축구전용구장. 프로축구 정규리그인 라피도컵 마지막날 포항과의 경기 시작 30분전부터 전남 프런트는 본부석을 중심으로 자리를 잡았다.

경기가 시작되자 박종태 구단사장은 연신 뒤쪽을 돌아보았다.

뒷줄 기자석에 앉아있는 박강훈 사무국장의 굵은 손가락이 어느새 전화기 버튼을 누르고 있다.

대우 - 일화의 부산경기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서다.

이들 손에는 땀이 흥건히 배어있다.

쌀쌀한 바람이 그라운드를 휘감아 돌았지만 구단직원들과 연고지인 광양시의회 의원들은 희망을 버리지 않고 있다.

“저쪽이 비기기만 해도 되는데….” 프런트의 실낱같은 희망. 혹시나 하는 마음에 프런트는 이미 샴페인과 프래카드를 준비하는등 기대감을 보였다.

전남의 승리. 허감독이 말한대로 '진인사 대천명' .아직 부산경기는 끝나지 않았다.

대우의 1 - 0리드. 종료까진 '12분' 이란 긴 (?) 시간. 마지막 기대감에 전남 프런트는 모두 부산쪽으로 귀를 쫑긋 세웠다.

그러나 끝내 골 소식은 들리지 않았다.

전남 프런트는 그제서야 하나둘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이때 누군가 “이제부터 시작이야” 라고 나직히 외쳤다.

창단 3년째를 맞은 전남은 올시즌 아디다스컵 준우승, 프로스펙스컵 4강, 라피도컵 준우승의 성적을 올렸다.

열악한 조건에서도 얻어낸 값진 결과에 모두들 만족했다.

포항 = 김상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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