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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배우들 뿌리쳐야 할 유혹 수두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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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달 27일 백상예술대상 시상식장에서 다큐멘터리용으로 레드카펫 풍경을 촬영하고 있는 문정희씨. [중앙포토]

 “여배우는 매니저·스태프에 둘러싸인 꽃과 같은 존재죠. 소통하고 교감할 기회가 없으니 늘 외롭고 호소할 데가 없죠. 뿌리쳐야 할 내압과 유혹 같은 것도 수두룩하고요. 겉만 화려할 뿐 카메라 뒤에선 여느 일반인과 다르지 않아요.”

데뷔 10년차 배우 문정희(33)씨가 내달 3일 결혼을 앞두고 뜻 깊은 중간 결산을 했다. 자기 이름을 건 다큐멘터리 ‘문정희와 함께 하는 여우비(女優悲)-대한민국 여배우로 산다는 것’(박준우 PD)을 공동 연출한 것이다. 22일 밤 SBS 스페셜로 방송된 이 다큐는 영화 ‘데브라 윙거를 찾아서’(2002)의 한국판 격이다. 로잔나 아퀘트 감독이 할리우드 여배우들을 인터뷰해 여자로서 엔터테인먼트 분야에서 일하는 것이 어떤 것인지를 살펴본 작품이다. ‘여우비’에서는 문씨가 6mm 카메라를 들고 여배우의 삶과 양립해야 하는 결혼·출산·육아 등 ‘생활’의 고민을 직접 캐내기도 했다.

20일 밤 만난 문씨는 “아무리 잘나가는 화장품 모델도 치고 올라오는 후배들 때문에 위기감을 느끼게 마련”이라며 “여자들은 남자와 달리 속 깊은 대화를 나눌 기회가 많지 않아 우울증에 빠지기 쉽다”고 전했다. 나이 들수록 배역 비중이 줄어 인기가 아니라 생계 걱정부터 해야 하는 현실. “그래도 매번 쉽지 않은 선택 속에서 자리를 지켜오신 분들이 있죠. ‘어떤 어려움이라도 외면하지 말고 늘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라’라는 조언을 깊이 새겼어요.”

다큐는 최근 ‘장자연 사태’와 맞물려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하지만 사태가 있기 훨씬 전에 기획돼 ‘연예 비리’ 등에 관한 직접적 언급은 없다. “반쪽 다큐가 아니냐”는 지적에 문씨는 조심스럽게 답했다. “처음부터 기획 방향이 달랐어요. 그리고 사태 이후였다면 여배우들이 몸을 사리고 인터뷰에 응하지도 않았을 거예요. 예전엔 오디션에 참가해도 출연배우가 내정돼 있는 일이 허다했지만 요즘은 거의 없죠. 사회 어느 분야마다 검은 부분이 있듯이 연예계도 마찬가지 아닐까요. 이번 사태로 전체가 오도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영화(‘젊은 베르테르의 슬픔’)와 방송(KBS ‘천추태후’ 문화왕후 역) 촬영에다 결혼 준비까지 겹쳐 빠듯한 중에 두 달간 다큐에 공을 들였다. “이번 경험을 살려 약선(藥膳) 요리 등을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를 찍어 보고 싶다”는 게 그의 포부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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