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육성법 후속대책 시급…세부규정 제대로 마련안돼 혼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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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달 1일부터 국내 벤처기업 육성을 위한 벤처기업 특별법이 시행된데 이어 25일 시행령이 공포되면서 벤처기업 지원정책이 일단 시행에 들어갔다.

벤처기업 특별법의 시행으로 국내 벤처기업에 대한 각종 세제감면.자금지원 등의 길이 열렸지만 아직까지 주요 세부규정이 법제화되지않거나 법제정에서 빠져있어 후속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일고있다.

에인절 (개인투자가) 제도등 핵심 투자지원책과 시행령등을 보완할 시행규칙.자산운용규칙. 업무지침등이 아직 갖춰지지 않아 모처럼 불붙기 시작한 벤처육성정책이 시행초기부터 차질을 빚지않을까하는 걱정이 생기고있다.

◇ 벤처기업 확인업무는 누가 하나

= 벤처기업 특별법에 따르면 ▶창업투자사가 10%이상 투자하거나 ▶연구개발비가 매출액의 5%이상인 기업과 ▶특허기술이나 대체 및 청정에너지기술. 플라스틱 가소제기술.실리콘 디스크기술 등 기술개발 촉진법 등에서 규정된 신기술 개발의 사업성과를 기업화할 경우 등을 벤처기업으로 분류하고있다.

통산부는 당초 시행령 입법예고에서 벤처기업 확인업무를 중소기업청에 위임했다가 법안 심의과정에서 업계의 요구에 따라 벤처기업협회에 관련업무를 의뢰할 수 있도록 수정했다.

그러나 관련부처 협의과정에서 민간 이관은 무리라는 주장이 잇따르자 이를 다시 통산부에서 일괄 관장토록 입장을 번복했다.

그러나 관련업계에서는 인원이 10명밖에 되지않는 통산부 중소기업관련 부서에서 이를 맡을 경우 ▶전문성이 부족하고 ▶관주도로 흘러 사실상 벤처기업 등록제로 변질되는 것이 아니냐며 반발하고있다.

◇ 모호한 벤처빌딩.연구개발비 개념

= 특별법에 따라 벤처빌딩등 벤처전용단지에 입주하는 벤처기업에 대해 법인세.소득세 등의 감면조치가 실시되지만 벤처빌딩의 개념이나 범위가 아직까지 정확하게 규정되지 않은 것도 문제다.

어떤 빌딩을 벤처빌딩으로 인정하느냐에 대해 시행령에서 공장면적을 1천㎡이하로만 규정했을뿐 정확한 개념과 범위가 마련되지않아 이사철을 맞아 많은 벤처기업들이 사무실 선정을 놓고 애를 먹고 있다.

기업회계준칙, 조세감면규제법등에서 각각 다르게 규정돼있는 연구개발비의 개념을 어디까지, 어떻게 정의해야하는 것도 문제다.

◇ 에인절 투자촉진책 유명무실화 우려

= 벤처기업 육성의 주춧돌이 될 개인투자자 (에인절) 들에 대한 소득세 감면등의 세제지원이나 자금출처면제 조항등이 특별법에서 규정되지 않아 투자촉진정책이 유명무실해지고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특별법 제정시 관련 내용을 조세감면규제법 개정과정에서 다루도록 떠넘겨 버리는 바람에 에인절 투자규정이 마련되지 못해 벤처투자 활성화가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는 것이다.

임창열 (林昌烈) 통산부 장관도 에인절 투자의 중요성이 높아짐에 따라 23일 정책세미나에서 앞으로 벤처기업에 투자하는 에인절캐피털에 대해 출자액의 20%를 소득공제하는 방안을 재정경제원과 협의, 조세감면규제법에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국회에 제출된 조감법 개정안에는 아직까지 이같은 내용이 전혀 반영되지 않은 상태여서 관련부처간 협의가 시급한 실정이다.

◇ 각종 세부규정의 미비

= 벤처법 실시로 이달부터 공무원 연금기금. 사립학교연금기금 등 72개 연기금에 대해 벤처기업 투자가 허용되고 외국인 투자도 1백% 허용 됐다.

그러나 각종 연.기금의 현행 자산운용준칙이 특별법에 맞게 개정되지 않은데다 외국인 투자관리 업무지침이나 액면분할기준등 벤처주식 투자조항들이 마련되지않아 기관투자가들이 선뜻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벤처기업의 창업활성화를 위해 ▶저렴한 등기비용등 벤처 설립요건의 완화와 함께 ▶개발한 신기술을 담보나 기업평가에서 제대로 반영받기 위한 제도적 장치등도 하루빨리 후속조치에 포함돼야한다고 주장한다.

◇ 후속조치및 전망 = 통산부는 시행령이 공포됨에 따라 빠른 시일내에 시행규칙을 완비하는데 주력하는 한편 민간업계와 대화채널을 늘려 문제점을 보완해 나가기로 했다. 통산부 관계자는 "논란이 되고있는 벤처기업 확인업무는 민원인들이 과학기술처. 특허청. 벤처캐피털협회 등에서 대상기업이 벤처기업인지 여부를 직접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업무를 대폭 위임할 방침" 이라고 설명했다.

통산부는 또 에인절 투자규정.외국인 투자관리규정 등도 재경원과 협의해 조속한 시일내에 완비할 계획이다. 그러나 업계에서는 대선정국의 어수선한 분위기속에서 그같은 계획이 제때 이뤄질지 걱정하고 있다.

홍병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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