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철의 중국산책] 리창춘 방한에 바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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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부터 7일까지 방한하는 리창춘 정치국 상무위원이 21일 케빈 러드 호주총리와 담소를 나누고 있다. [사진=신화통신사]

리창춘 중국공산당 정치국 상무위원이
오는 4월 4일부터 7일까지 3박4일 동안
한국을 방문할 예정이라고 합니다.

리 상무위원은
중국공산당 최고 집단 지도부를 이루는
9명의 정치국 상무위원 중 권력 서열 5위지요.

차세대 총서기로 기대되는
시진핑 국가 부주석보다 하나 앞선 서열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중국의 9명 정치국 상무위원들은
서로 각기 다른 업무를 분장하고 있습니다.

후진타오가
당 총서기 겸 국가주석, 군사위 주석 등
주요 3권을 모두 장악한 1인자라고 한다면,

서열 2위 우방궈 전인대 상임위원장은 국회를 맡고,
서열 3위의 원자바오 총리는 경제 살림을 총괄하는 식이지요.

서열 5위 리창춘 위원이
맡고 있는 분야는 언론과 선전 담당입니다.

최근 보도를 보니
그의 방한 시점이 북한의 미사일 발사 시점 전후여서
이와 관련된 의견 교환이 있지 않을까 하는 분석이 나옵니다.

또 일정 중엔
이명박 대통령 면담 추진과
한승수 총리 및 경제단체장 면담 계획도 있구요.
아마 한국 내 일부 언론사 방문도 하지 않을까 싶구요.

모두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나 저는 리창춘 위원이 이번 기회를 이용해
다른 그 무엇보다도 우선 가능한 많은 한국의 언론사,
또 가능한 더 많은 한국 언론인들과 만났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한중 관계 협력에서
외교와 안보, 경제 등 모두 중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걸 한 가지 꼽으라고 한다면
그건 이같은 모든 협력의 가장 근본을 이루는 토대인
바로 양국 국민 간의 정서상의 친근감과 유대감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리 위원은
중국에서 언론과 선전 분야를 맡고 있는 최고위직 인물로
이번 방한 기회에 그동안 양국 언론 사이에 난무했던
혐한(嫌韓)이나 혐중(嫌中) 분위기 등의 근원이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지를 면밀하게 살펴볼 기회를 가졌으면 하는 것입니다.

리 위원은 방한 기간
한국의 국영 언론사를 방문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중국의 경우엔 모든 언론이 국영으로 운영되다 보니,
한국에서도 국영 언론사 방문만으로 족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는 동전의 한쪽만 보는 愚를 범하는 일이지요.
민관영이 어우러져 있는 한국 언론의 한 부분만을 보는 실수이며,
또 한국 언론의 아주 중요한 구성 부분인 민간 부문을 놓치는 것이지요.

중국 최고위급 인사의 해외 순방은
보통 1년에 두 차례 정도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히 중국의 국력이 신장됨에 따라 중국이 챙겨야할 지구촌 나라가
이제는 하나둘 정도가 아니지요.

이때문에 중국 고위급 인사의 방한은
그리 자주 발생하는 기회가 아닌 것은 물론입니다.
한중 양국은 모두 이 흔치 않은 기회를 최대한 이용해야 할 것입니다.

모쪼록 리 위원이
방한 기간 분초를 쪼개는 바쁜 일정 속에서도
한국 언론, 그리고 일반 한국인들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를
십분 이해하는 귀중한 방한 성과를 거둘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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