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가 반등속 외국인 '팔자' 공세…이달 순매도 5,421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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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기아사태가 진정국면에 접어들면서 주가가 뚜렷한 반등기미를 보이는데도 외국인들이 사상최대 규모의 '팔자' 공세에 나서 향후 증시회복 기대감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더욱이 아시아지역을 단일투자권으로 간주하는 미국계 기관투자가들이 악화일로에 있는 동남아증시와 연계해 국내시장에서도 매도에 주력하고 있어 외국인자금 유입전망이 더욱 불투명한 실정이다.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외국인들은 이달 들어 23일까지 주식을 산 금액보다 판 금액이 5천4백21억원 많아 월별 순매도규모에서 3년만에 사상최대치를 기록했다.

이전 최고기록은 94년11월의 5천1백55억원이었다.

특히 국내 증시사상 최고의 종합주가지수 상승률 (6.08%) 을 기록한 22일에도 외국인들은 8백81억원이라는 하루순매도 최대기록을 세우는등 '팔자' 에 몰두했고 23일에도 이런 분위기가 이어져 6백12억원어치를 순매도했다.

외국인들은 이날 취약종목인 금융주뿐 아니라 삼성전자.한국전력등 핵심블루칩들까지 집중매도했다.

이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장외거래프리미엄도 급락해 삼성전자의 경우 보름전만 해도 30%가 넘던 프리미엄이 23일 거의 바닥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장내거래 매물까지 등장하는 진풍경이 벌어졌다.

LG증권 관계자는 "외국인들이 주가가 폭등한 이튿날에도 상당폭의 매도세를 지속했다는 것은 기아사태 진정에도 불구하고 국내경제및 증시불안에 대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 내지 못했다는 증거" 라고 풀이했다.

특히 모건스탠리등 미국계 증권사들은 아시아지역에 일정한 투자물량을 배정해 놓고 동남아시황이 나쁘면 여타지역의 매매포지션까지 줄이는 투자패턴을 구사하는 경우가 많아 최근 악화일로에 있는 동남아증시가 국내증시 회복의 또다른 걸림돌이 되고 있다.

실제로 23일 홍콩주가가 개장초부터 11%나 빠지는 대폭락세를 보이고 싱가포르.말레이시아.필리핀도 이날 오후 4~5%까지 떨어지자 오전 한때 10포인트 이상 급등세를 나타냈던 국내주가가 일순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한편 외환시장에서 환율은 22일 달러당 9백15원10전으로 장이 마감됐으나 23일에는 다시 9백20원대로 올라가는등 불안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날 환율은 전날의 종가보다 다소 높은 달러당 9백16원으로 장이 시작된 뒤 등락을 거듭하다 달러당 9백21원으로 마감됐다.

시장평균환율만으로는 달러당 9백19원으로 전날 (달러당 9백21원10전) 보다 2원10전 낮아졌지만 완전히 안정세로 돌아섰다고 보기는 이르다는 것이 딜러들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특히 22일부터 재정경제원과 한국은행이 시중은행에 달러화 매입주문을 자제해 달라고 창구지도를 벌이며 환율을 인위적으로 내리누르는 것이 큰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현재 외환시장에서 달러화를 사들이려는 매수세는 ▶주식을 판 돈을 빼내 가려는 외국인투자가들▶환율의 추가상승을 예상해 자금을 달러화로 바꿔 두려는 기업들이 주도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홍승일·남윤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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